폭스콘 中정저우 공장 사태처럼 대혼란…방역 완화에 역행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에서 한때 재미를 봤던 '폐쇄 루프' 방식의 공장 운영이 사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 보도했다.
폐쇄 루프 방식은 직원들을 외부와 격리한 채 공장 내부에서 숙식시키며 공장 운영을 해가는 걸 말한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이유로 상하이를 포함해 주요 도시에 대해 부분·전면 봉쇄 조치를 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폐쇄 루프 방식의 공장 가동을 강권해왔다. 상하이의 테슬라, 상하이폭스바겐, SMIC 등을 포함해 유수의 중국 기업들은 이를 도입했다.
이는 노동자들의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어 코로나19 감염이 희소한 상황에선 효과적일 수 있으나, 대량 감염이 이뤄지는 상황에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애플 최대 협력업체로 아이폰 주력 생산기업인 폭스콘의 중국 정저우 공장이 단적이 사례다.
직원만도 20만여 명에 이르는 이 공장은 몇 달씩 폐쇄 루프 방식으로 운영돼 상당수가 공장 내 기숙사와 생산라인만을 오갔으나, 소재지인 정저우시에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해 공장 내부로 이어지자 지난 10월 대혼란에 빠졌다.
공장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말 그대로 '앉아서' 감염될 위기에 처하자 공장 노동자 탈출이 잇따랐으며, 결국 수만 명의 공장 이탈로 인력 부족 상황에 직면했다.
폐쇄 루프 방식의 공장 운영이 한계를 맞게 된 것으로, 중국 내 다른 도시에서도 유사 사태가 잇따랐다.
'단 1명의 감염자도 없도록 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극도의 코로나19 공포감이 있는 중국인들로선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 봉쇄될 경우에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중국 내 대표적인 의료 생산 지역인 광저우 하이주구(區)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현지 당국이 봉쇄 조처를 하자 비좁은 주택에 수 주 동안 사실상 감금됐던 이주노동자들은 지난달 내내 봉쇄 반대 시위를 벌였다.
봉쇄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더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비등했다.
현지 당국이 봉쇄를 풀자, 이주노동자 상당수가 고향으로 떠나면서 하이주구가 이젠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통신은 최근 중국 내에서 폐쇄 루프 시스템의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짚고, 노동자들의 불만만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지난달 하순 우루무치 화재 시위 사태를 기점으로 방역정책 완화에 나서고 있는 점도 폐쇄 루프 시스템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지난달 11일 '방역 최적화 20가지 조항'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지방 정부들이 방역 완화 조처를 앞다퉈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역행하는 폐쇄 루프 시스템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폐쇄 루프 모델은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폭스콘 정저우 공장 사태처럼 노동자들이 더는 그런 비인간적인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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