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착공 12년만에 심장 뛰는 신한울 1호기…전력공급 선발 등판

입력 2022-12-08 11:00  

[르포] 착공 12년만에 심장 뛰는 신한울 1호기…전력공급 선발 등판
한수원, 상업 운전 개시 1호기·공정률 99% 2호기 내부 공개
'3분 대기조' 청송양수발전소까지…"전력계통의 선발·구원투수"



(울진·청송=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신한울 1호기는 경상북도 지역 연간 전력 소요량의 약 23%를 생산하게 됩니다. 기존 한울 1∼6호기가 경북에서 소비하는 연간 전력의 75%를 담당했는데, 이제 신한울 1호기가 가세하면 울진에 있는 원전으로 경북에서 필요한 모든 전력을 커버할 수 있는 셈이죠."
홍승구 신한울제1발전소 기술실장은 지난 5일 경북 울진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상업 운전에 들어가는 신한울 1호기의 본격 가동에 앞서 원전 내부 주요 시설을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민국의 27번째 원전인 신한울 1호기는 핵심 설비를 국산화해 기술 자립을 이뤄낸 '한국형 원전'으로, 2010년 착공해 10년 만인 2020년 완공됐다.
애초 2017년 준공 후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경주 지진에 따른 부지 안전성 평가, 기자재 품질 강화 등 이유로 준공·가동 일정이 지연됐다.



착공 12년 만에 신한울 1호기 첫 가동을 앞둔 한울원전본부의 분위기는 긴장감과 생동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국가 보안시설 최고 등급인 '가'급 시설인 만큼 사전 출입 신청과 신분 확인, 지문 등록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저장매체 등 전자 기기류 반입은 엄격히 제한됐다.
반구 형태의 돔과 격납 건물로 이뤄진 웅장한 대형 콘크리트 외관이 첫눈에 들어왔다.
홍 실장은 "유사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최대 지름 5.7cm의 철근으로 촘촘하게 엮은 후 콘크리트를 부어 두께 122cm의 외벽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취재진을 가장 먼저 맞이한 곳은 대형 모니터와 제어판, 컴퓨터 설비로 가득한 주제어실(MCR).
발전소 운전원들이 근무하는 주제어실은 원전의 두뇌·신경망이다. 가동을 코앞에 두고 직원 6명이 바쁘게 움직였다. 3개 조를 24시간 가동하는 체계다.
신한울 1호기처럼 차세대 한국형 원전인 APR1400 노형은 기존 우리나라 주력 원전 모델이었던 OPR1000 노형을 개량해 발전시킨 모델이다. 발전용량을 1천MW(메가와트)에서 1천400MW로 키우고 설계수명을 40년에서 60년으로 늘렸다. 제어 방식이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이다. 다만 디지털 작동에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 아날로그 방식의 필수 제어 기능도 갖췄다.
다음은 터빈 건물과 사용후연료저장조.
원자력발전도 화력발전과 마찬가지로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육중한 터빈은 분당 1천800바퀴를 회전하며 엄청난 기계음을 내 주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다. 회전하며 발생하는 열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터빈 주변은 30도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울 1호기 같은 가압경수로형 원전은 핵연료로 저농축우라늄을, 중성자를 감속시키는 재료인 냉각재로는 경수를 사용한다.
핵연료는 한번 장전하면 보통 1년 6개월을 사용하며, 이후에는 원전 내 사용후연료저장조로 옮겨진다.
우리나라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 없어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신한울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저장조는 총 1천844개의 핵연료 다발을 보관할 수 있으며 약 20년 동안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될 수 있는 규모다.
사용후연료저장조에는 붕산수를 채운 대형 수조가 눈에 띄었다. 홍 실장은 "붕산수는 핵분열을 억제하고 뜨거워진 연료를 냉각하는 역할을 한다. 방사선 차폐에는 물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원전 연료인 펠릿은 우라늄을 농축시킨 것으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다.
1개의 연료봉에는 펠릿 350여개가 들어가고, 연료봉 236개가 모이면 연료 다발이 된다. 연료 한 다발이 원자로에 들어가면 약 4년 6개월간 사용된다.



현재 공정률 99%인 신한울 2호기로 이동했다. 1호기와 같은 시점에 착공한 2호기는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호기에서 본 건 뜨거워진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냉각재를 순환시켜주는 설비인 원자로냉각재펌프(RCP)였다.
아직 핵연료가 들어가지 않은 상황으로, 운영 허가를 받으면 즉시 연료를 장전해 시운전할 수 있도록 막바지 시험 작업에 한창인 모습이다.
전기 공급이 끊긴 비상 상황에 발전소로 전기를 공급해주는 설비인 비상디젤발전기와 대체교류발전기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발전소에 전기가 끊기면 가장 먼저 비상디젤발전기가 자동 작동하고, 그마저도 동작이 되지 않으면 대체교류발전기가 투입된다. 안전 설비들을 다중화한 것이다.
원자로 건물에서 중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촉매인 백금을 이용해 수소를 산소와 결합해 물로 만들어 수소의 농도를 낮추는 기기인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도 중요한 기기다.
신기종 신한울제1건설소장은 "원전에서 수소 연소 폭발을 막기 위한 기기가 PAR"이라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모든 원전에 PAR이 설치됐고, 신한울 원전에는 PAR 외에도 불을 이용해 수소를 연소하는 이그나이터(수소 점화기)도 함께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한울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보다 월등히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튿날 경북 청송군 파천면·안덕면에 있는 청송양수발전소를 찾았다.
양수발전소는 전력 수요가 적은 야간이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의 남는 전기를 이용해 하부 댐에 있던 물을 상부 댐으로 끌어올리고,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에 상부 댐의 물을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한다.
임형빈 한수원 수력처 수력기술부장은 "양수발전은 기저 발전 설비가 고장 났을 때 3분 이내에 대응이 가능한 발전원"이라며 "전력 계통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한다"고 소개했다.
만에 하나 전국적인 블랙아웃으로 대용량 발전소들마저 정지해버리면 이들 발전소를 기동하기 위해 전기가 필요한데, 양수발전소는 상부댐의 물만 떨어뜨리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전기 생산에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



청송양수발전소는 설비용량 600MW 규모(300MW 2대)로, 청송호의 물을 상부댐인 노래호로 끌어올렸다가 급전 지시가 내려지면 상부댐의 물을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한다. 발전기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발전,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양수(揚水)가 된다. 상부댐과 하부댐의 낙차는 약 347m다.
하경철 청송양수발전소 기술부장은 "상부댐에 저장된 물이 관로를 통해 떨어져 수차를 때리면 수차와 함께 발전기가 분당 300회의 속도로 회전하면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양수발전소는 현재 청송을 비롯해 양양, 청평, 예천, 무주, 삼랑진, 산청 등 7곳에 16기가 운영 중이다. 총용량은 4천700MW로 국내 전체 발전 설비 용량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다.
한수원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영동(500MW), 홍천(600MW), 포천(700MW)에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박춘석 한수원 홍보지원단 부장은 "대한민국 전력 계통에 원자력 발전이 선발투수라면 양수발전은 구원투수라고 할 수 있다"며 "든든한 이들 버팀목을 토대로 원전 수출과 겨울철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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