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률 저조한데 성급한 조치…사람 피하는 게 상책" 외출 자제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백신 접종을 안 했는데 방역이 풀렸고, 핵산검사(PCR 검사)도 중단했다. 코로나19가 끝난 것도 아닌데 갑자기 국가 방역 보호망이 사라져 불안하다"
중국 국무원이 실질적 '위드 코로나' 조치를 내놓은 7일 기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랴오닝성 선양에 사는 60대 지인에게 "방역이 해제됐으니 저녁 식사를 하자"고 청하자 돌아온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는 "당분간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머물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나중에 만나자"고 완곡하게 거절했다.
이날 저녁 선양 곳곳의 식당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 식당 주인은 "국무원 발표 이후 손님이 몰릴 거로 생각해 식자재를 많이 준비했는데 오히려 요 며칠 전보다 적었다"며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도심 번화가 말고는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정년을 앞둔 50대 남성 펑모 씨는 "대상포진을 앓고 있는데 진료 의사의 권유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백신 접종자보다 위중할 수 있다고 하니 문밖을 나서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도로 곳곳에 설치됐던 PCR 상설 검사소들이 속속 문을 닫고, PCR 검사를 독려하던 방역 요원들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검사를 받지 말라"고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펑씨는 "종전에는 감염자가 나온 구역이 즉각 폐쇄되고, PCR 전수 검사로 감염자들을 찾아내 신속히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해 안심됐는데 이제 봉쇄도, 검사도 안 하니 모든 게 깜깜이가 됐다"며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당국의 위드 코로나 조치 발표 직후 이를 반기며 상하이와 광저우 등 대도시의 식당가에 젊은이들이 몰려 북적거렸으나 일각에서는 "성급한 조치"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 글을 올려 "방역 완화와 PCR 검사 중단 소식에 노인과 아이가 감염될까 봐 걱정하고, 조심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어제 저녁 식당들이 생각보다 썰렁했고, 상가도 한산했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방역이 엄격했을 때는 감염자가 나온 지역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스스로 신중하게 처신하는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아울러 SNS에는 "오랫동안 원했던 방역 완화 조치에 잠시 환호했지만, 냉정해지기 시작했고 함부로 움직이지 않게 됐다"며 "많은 사람이 봉쇄가 풀렸는데도 집에서 나오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라거나 "모두가 자유에 대해 갈망하지만, 안전에 대한 갈망이 더 크다"는 글도 올라왔다.
중국 방역 당국 통계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백신 1차 접종률은 90%를 넘어섰지만, 3천500만 명에 달하는 80세 이상은 65.7%만 2차 접종을 했고, 부스터 샷까지 한 경우는 40%대에 불과하다.
또 중국이 자체 개발해 자국민들에게 접종하는 불활성화 백신인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은 외국 제약업체가 개발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보다 효능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의 보건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라 최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가 1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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