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셰프 루비니도 포함…"왜 팔레스타인 문제에는 침묵하나"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인 릴리아노 세그레(92) 이탈리아 종신 상원의원이 사이버 공간에서 반유대주의 성격의 모욕·협박 글을 올린 2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세그레 상원의원은 7일(현지시간) 명예훼손, 모욕, 협박 등의 혐의로 네티즌 24명을 처벌해달라며 밀라노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세그레 상원의원의 변호인인 빈센조 사포나라는 "이들은 최근 몇 달간 이메일 또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반유대주의 성향의 명예훼손적 증오 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세그레 상원의원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24명 중에는 이탈리아의 유명 셰프 가브리엘레 루비니도 포함됐다. '셰프 루비오'로 통하는 그는 관련 보도를 확인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세그레 상원의원이 인종차별과 전쟁 범죄는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지속되는 모욕과 협박에도 이를 인내해왔던 세그레 상원의원은 최근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9일 밀라노에서 열린 유대인 여성 포럼에서 "평생 모욕과 살해 협박에 시달렸고, 어느 정도 면역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어제 난 강력한 저주를 받았고, 이 사람을 한번은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세그레 상원의원은 13세이던 1944년 1월 아버지, 친조부모와 함께 폴란드의 유대인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뒤 이듬해 5월 나치의 몰락과 함께 수용소에서 풀려났다. 함께 수용됐던 그의 아버지와 조부모는 모두 그곳에서 학살됐다.
아우슈비츠로 이송된 이탈리아 어린이 776명 가운데 살아남은 25명의 생존자 중 한 명인 그는 자신의 참혹한 경험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오다가 1990년대부터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이 직접 겪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적극적으로 전하기 시작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인종차별법을 도입한 지 80년째인 2018년 세그레를 종신 상원의원에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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