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권고에도 진료소·응급실로 몰려…정부, 원격의료 활성화
경증자 격리용 '팡창의원' 중증자 치료시설로 업그레이드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지난 7일 실질적 '위드 코로나' 전환을 선언한 이후 '의료 붕괴'를 막고 중증자 진료 역량 및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중국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최신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대다수가 7∼10일이면 특별한 치료 없이도 완치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가파른 감염 확산세 속에 적지 않은 감염 의심자들이 병원 외래 진료를 찾거나 중국의 119인 '120'을 통해 응급 진료를 요구하면서 의료 체계에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
베이징응급센터의 주임 의사 천즈는 관영 베이징일보와 인터뷰에서 평소 하루 구급 요청 전화는 약 5천 건이었는데 최근에는 최다 3만 건까지 치솟아 시의 구급 대응 역량을 훨씬 넘어섰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봉쇄 중심의 고강도 방역 체계에 익숙해진 중국인들 사이에서 코로나 공포감이 형성됨에 따라 정부의 급격한 정책 전환에 아직 많은 중국인이 적응하지 못한 영향으로 보인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국 병원에서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외래 환자가 늘어난 가운데, 최근 베이징의 일부 병원 발열 환자 진료소 앞에 100명 이상의 긴 줄이 목격됐다고 12일 보도했다.
일부 환자들은 약국에서 해열제를 구하지 못하자 병원을 찾기도 한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소개했다.
방역 당국은 집중적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을 치료할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증 또는 무증상 감염자들은 정부의 최근 지침대로 자가 격리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불안감 속에 병원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호흡기 질환 전문의는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응급실과 발열 환자 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들은 병원 내 감염 확산을 막고, 코로나19 중증환자와 코로나19 이외 다른 질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역량을 보전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한 전문의는 자신이 소속한 병원이 병원 내 감염 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코로나19 양성인 환자와 음성인 환자를 분리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정부는 비대면 원격 진료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국무원 연합 방역 기구는 11일자 통지문을 통해 의료기관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코로나19 환자에게 처방을 할 수 있으며, 제3자 위탁을 통해 환자의 집으로 약품을 배송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곳곳에서 중증환자용 치료시설 확보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경증·무증상 감염자들은 자가 격리하는 것으로 정부 방침이 전환됨에 따라 경증·무증상자 등을 집단 격리하기 위해 조성한 임시 시설인 '팡창(方艙)의원'을 중증 환자 치료시설로 개조하기 위한 움직임이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고 중국 매체 펑파이가 12일 전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는 국제컨벤션센터와 시내 팡창의원을 일정한 의료 기능을 갖춘 병원으로 개조하기 시작했고, 광저우시도 12∼13일 팡창의원을 폐쇄하고 이들을 의료 기능을 갖춘 병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광둥성과 하이난성 일부 현도 현지 병원이나 보건소를 감염자 진료를 위한 거점 병원으로 전환했다.
아울러 당국은 도시보다 열악한 농촌 지역의 코로나19 의료 대응 능력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했다.
중국 국무원은 11일 '농촌 지역의 코로나19 의료 보장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작업 방안'을 제정해 발표했다.
이 방안은 이달 말까지 농촌 지역 주요 병원들에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용 병상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확보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9일 보건 당국 발표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중환자 집중치료 병상을 인구 10만명 당 10개꼴로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 증설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10만 명당 중증자 집중치료 병상 수는 독일 28.2개, 미국 21.6개, 일본 13.8개에 달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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