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군 지지 주민에 보복·지원 차단 위해 방화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권이 인권 침해와 폭력 행위를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민간인 마을에 대한 방화를 계속하고 있다.
13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세계인권의 날인 지난 10일에도 사가잉 지역에서 최소 26개 마을에 불을 질렀다.
당시 저항 세력과의 교전이 벌어지지 않았음에도 미얀마군은 민간인 가옥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한 주민은 군인 400여 명이 마을에 들이닥쳐 전문 장비를 사용해 종일 마을을 불태웠다고 전했다. 군인들의 습격을 받은 이 마을에서 거의 모든 주택이 전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방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한 주민은 "지난번 학교 공습 사건이 알려진 이후 군이 우리 마을을 떠나기를 기대했는데 불까지 질렀다"며 "이제 살 곳조차 없다. 우리 삶을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미얀마군은 지난 9월 사가잉 지역 타바인구의 학교를 헬리콥터 등으로 공격해 어린이 11명이 사망하고 학생을 포함해 17명이 다쳤다.
한 인권단체 활동가는 "미얀마는 세계인권선언에 서명했지만 군인들은 인권을 무시하고 인권의 날에 마을을 불태웠다"고 비판했다.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최근 영국, 캐나다 등 서방국들은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미국은 내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미얀마 반군부 세력에 대한 비군사적 지원 내용을 담았으며, 내년에는 주미얀마 대사를 소환하고 외교관계를 격하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얀마군은 특히 반대 세력의 저항이 거센 지역에서 방화를 일삼아왔다. 전투 패배에 대한 보복이자 주민들의 저항군 지원을 막기 위한 수단이다.
이번 방화 이후 한 주택에서는 "저항군을 돕는 한 당신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발견됐다.
독립연구단체 '데이터 포 미얀마'는 미얀마군이 지난달 사가잉 지역에서 약 2만7천500가구를 불태웠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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