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컸던 파장…보조 통신수단 장애였는데 일부 공공서비스도 차질
정부·정치권, 규제 강화…카카오, 재발방지책·보상안 마련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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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2022년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3시 19분. 경기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지하에서 난 불이 대한민국의 통신 일상에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큰 지장을 초래했다.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둔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길게는 닷새 넘게 오류가 이어졌고, 네이버 등 다른 입주 기업도 서비스 장애를 일으키면서 국민 다수가 생활에 크고 작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사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정보가 촘촘히 연결된 초연결 사회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초연결의 기반이 되는 온라인망이나 플랫폼의 안정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안전장치가 부실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와 정치권은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문제 개선과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등 규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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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신저, 택시, 결제 마비에 다수 불편 호소…공공 서비스도 영향
카카오 서비스 장애의 영향은 폭넓고도 길었다. 월간 사용자가 4천750만 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이에 기반한 각종 서비스는 물론,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택시·대리운전·개인형 이동장치 등), 카카오페이, 포털 '다음' 메일 등에서 전방위 장애가 이어졌다.
비상사태 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한 데이터센터와 허술했던 카카오의 서버 이중화 체계가 겹쳐 복구가 늦어지면서 이용자들의 불편이 장기화했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카카오톡의 텍스트 메시지 송·수신 기능이 복구된 것도 사태 10시간이 지나서였다. 장애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127시간 33분이 걸렸다.
특히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해 영업하는 택시 기사들과 자영업자에게 이번 장애 사태는 실질적으로 생계를 위협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만큼 카카오T를 통한 호출에 크게 의존하던 기사들은 강제 '개점 휴업'을 했다.
카카오톡과 가게 판매정보 시스템(POS) 기계가 연동돼 배달 앱으로 들어온 주문에 응대하지 못한 경우도 속출했다. 소규모 개인 쇼핑몰 등도 카카오톡 비즈니스 채널이나 카카오페이 결제 등이 되지 않아 피해를 봤다.
먹통 사태는 카카오 서비스와 연동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 서비스에도 피해를 미쳤다.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앱과 포털은 민원 신고에 카카오 지도를 연동한 탓에 장애가 발생했다. 국민에게 행정서비스를 알리는 국민비서 '구삐'도 알림을 카카오톡 대신 다른 채널로 발송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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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통 방지법'·플랫폼 규제 낳아…무료 서비스 보상도 논의
카카오는 장애 직후 대국민 사과에 이어 남궁훈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후폭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정작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인프라 마련은 뒷전이었다는 점이 드러나며 비판이 들끓었다.
여야 정치권은 즉각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일명 '카카오 먹통 방지법' 입법을 추진했고, 법안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통칭한 것으로, 데이터센터와 대형 플랫폼 사업자(부가통신사업자)가 정부 관리를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 통과로 정부가 내년 1분기 중 수립할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종합적 개선방안'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일 장애 사태 조사를 마친 뒤 SK C&C와 카카오, 네이버에 "한 달 안에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각 사의 조치 등을 반영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장애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플랫폼의 독과점 구조가 지목되면서 정부는 규제 칼날을 꺼내 들었다. 공정위는 연내 제정을 목표로 플랫폼 독점 규율 심사지침을 준비하고 있고,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차단하는 기업결합 심사 기준 개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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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정부 조치와 별개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마련한 재발 방지 대책을 지난 7∼9일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에서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투자를 3배 늘리고, 재난 복구 전담 조직도 신설하겠다고 했다.
먹통 피해 보상안 검토를 위해 꾸린 '1015 피해지원 협의체'를 통해서는 구체적인 피해 보상 기준과 규모를 논의 중이다.
카카오가 접수한 10만5천 건에 달하는 사례 중 약 15%가 무료 서비스 관련 피해 호소였는데, 무료 서비스 보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협의체가 보상 정책을 정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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