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잡는 미사일…전후 미 지원 무기 중 최첨단
지원시기·규모 미확인…겨울 전력시설 보호에 효과
러 자극·확전 우려…미국내 "우리 쓸것도 없는데" 불만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미사일 방어 체계 패트리엇이 장기전 전황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CNN 방송을 필두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주요 매체는 미 정부가 주력 미사일 방어 체계인 패트리엇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했다고 당국자들을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이르면 이번 주에 승인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패트리엇은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공체계로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가장 첨단 무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방공체계 강화가 절실하다며 특히 패트리엇을 지원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해왔다.
이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의 전력공급 시설을 장거리 미사일이나 이란제 자폭드론으로 타격하는 러시아의 공세를 막기 위한 촉구였다.
러시아는 겨울이 다가오자 지난 10월께부터 민간 기간시설에 미사일을 쏟아부어 단전에 따른 추위를 무기로 삼는 전략을 가동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달 들어 러시아 공격으로 전력과 물 공급이 끊기면서 수백만명이 혹한과 암흑 속에 겨울을 나고 있다.
러시아는 동북부, 동부, 남동부 등 3개 전선에서 고전을 거듭하자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을 바꾸며 이 같은 주요도시 폭격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이런 상황에서 패트리엇은 적의 항공기, 탄도·순항 미사일을 멀리서도 격추할 수 있는 고도화한 지대공 미사일로 주목된다.
우크라이나의 방공체계가 강화되면 러시아로서는 새로 찾은 돌파구에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패트리엇이 전쟁의 국면을 바꾸는 새 '게임체인저'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전쟁 초기에 러시아 전차 진격을 막아 수도 키이우를 사수한 재블린, NLAW 등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 보급선을 끊어 진군을 차단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이 '게임체인저' 평가를 받았다.
미국 레이시언이 1980년대에 개발한 패트리엇 체계는 일찌감치 1991년 걸프전 등에서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실용도를 선보였다.
미국 육군에 따르면 패트리엇 발사대 하나에는 미사일 4기가 실린다.
패트리엇을 가동하는 포대는 보통 목표물을 탐지·추적하는 레이더, 컴퓨터, 발전 장비, 최대 8개의 발사대로 구성된다.
패트리엇 1개 포대에는 유지 및 보수, 레이더 운용 등을 포함해 병력 90명 정도가 배치된다.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격추하는 데 필요한 인원은 3명이고 발사대를 트럭에 싣고 다니는 까닭에 기동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패트리엇은 국제 정세를 주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따라 세계 각지의 미국 동맹국, 우방을 순회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때로 패트리엇의 성능을 외교 지렛대로 이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란의 위협을 받는 사우디를 상대로 패트리엇 포대의 배치와 철수를 되풀이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요동치자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로도 풀이됐다.
레이시언에 따르면 패트리엇은 최소 17개국에 배치돼있다.
이번 계획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몇대의 패트리엇을 보낼지, 어디서 패트리엇을 조달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이 배치되는 시점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미 육군은 패트리엇 운용 훈련에 거의 6개월이 소요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 국방부에 보고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200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 지원을 해왔으나 자칫 러시아 본토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최첨단 무기 지원에는 선을 그어왔다.
이에 따라 '킬러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 정찰·공격기 MQ-1C '그레이 이글', 장거리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는 지원 명단에서 여전히 제외돼 있다.
하지만 패트리엇은 태생이 방어용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미국이 보낸 무기가 확전의 불씨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덜하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패트리엇 지원에 비판도 나온다.
중국이 군대를 현대화하고 대만을 상대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와중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을 지원하는 게 국방비 부담을 끌어올린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한 의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을 막는 것을 모두 돕고 싶어 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가진 것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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