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고대 연구진, 육안으로 카이랄성 분자 구분 센서 개발

입력 2022-12-15 01:00  

서울대·고대 연구진, 육안으로 카이랄성 분자 구분 센서 개발
네이처 게재…과기정통부 "재료 합성의 진보…다양한 산업과 순수과학에 큰 파급력"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분자의 카이랄성(chirality)을 맨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카이랄성이란 거울에 비출 때 대칭이지만 서로 겹치지 않는 성질로 '거울상 이성질'이라고도 한다. 이성질은 분자식은 같으나 원자 배열이나 입체구조가 다른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대학교 남기태 재료공학부 교수와 고려대학교 이승우 융합에너지공학과·박규환 물리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이런 연구 성과를 1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69.504)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카이랄 나노입자를 기반으로 한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과 관련해 새로운 물리현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이랄성을 설명하는 예로 흔히 사람의 손을 든다.
오른손과 왼손의 입체 구조는 거울에 비췄을 때 대칭이지만 왼손 장갑을 오른손에 착용할 수는 없으며 아무리 회전시켜도 겹칠 수 없다.
카이랄성은 아미노산, 핵산(DNA), 단백질 등 다양한 생체 분자에서 보이는 성질인데 다양한 생명 현상에 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생리학, 화학, 약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카이랄성의 제어와 분석은 중요한 연구주제로 여겨진다.


다만 남 교수가 포함된 국내 연구진은 앞선 2018년 카이랄 금 나노입자를 개발하면서, 생체분자에서만 고유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지던 카이랄성을 무기 재료를 통해서도 인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음을 보였다.
남 교수 연구팀은 이 성과를 응용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카이랄성 분자가 빛과 특이한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카이랄성 분자는 원편광(전자기파가 원형으로 회전하며 진행하는 빛)의 방향이 좌우로 달라지면 빛 흡수도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분자(수㎚)와 조사하는 빛(수백㎚)의 크기가 다르므로, 원편광을 이용해 카이랄성 분자를 구분해내는 데는 여러 한계가 있었다.



이에 남 교수 연구팀은 조사하는 빛과 분자의 상호 작용을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앞서 개발한 카이랄 금 나노입자를 나노구멍 격자에 함입(陷入)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같이 2차원상 주기적으로 배열된 카이랄 금 나노 입자 위에 조성이 같지만 카이랄성이 서로 반대인 두 분자를 올린 뒤 빛을 조사하면, 카이랄성에 따라 흡수도(색)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흡수도 차이는 가시광 영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 맨눈으로 분자의 카이랄성 판별이 가능했다. 원편광을 이용해 카이랄성을 구분하는 기존 방식에서는 보통 자외선(UV)을 사용했다고 한다.
남 교수는 전자기학 시뮬레이션과 물리 이론 전문가인 이승우 박규환 교수와 상호 협업해, 이러한 실험적 발견이 물리적으로도 타당한 결과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YNAPHOTO path='AKR20221214164400017_05_i.gif' id='AKR20221214164400017_1201' title='' caption='카이랄 금 나노 입자의 조립 구조위에 올려지는 분자의 카이랄성에 따라 나타나는 편광의 색상이 상이해지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

과기정통부는 "차세대 물질 분석 및 재료 합성 분야의 학문적 진보에 대한 중요 연구성과"라며 "생체 재료 합성 및 물질 분석이 중요한 분석학, 진단학, 약학 등 다양한 산업뿐만 아니라 화학, 생물학, 물리학 등 기초 학문 분야에도 큰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단은 순수과학적 측면에서의 성과가 나온 것이고, 앞으로 엔지니어링을 통해 실제 디바이스(기기 개발)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교신저자인 고려대학교 이승우 박규환 교수는 "생체모방 재료공학과 전산나노광학의 창의적 융합을 통해 카이랄성 분자 센싱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는 점이 크게 고무적"이라며 "육안으로 분자의 카이랄성을 구별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zer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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