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대선서 유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야권 인사…"항소할 것"
지지자 거센 반발…美 국무부 "자유와 법치, 인권 존중에 모순" 비판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튀르키예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정적인 이스탄불 시장의 정치생명 끊기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튀르키예 법원은 공무원 모욕죄로 기소된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에 2년 7개월의 징역형과 정치 활동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지난 2019년 6월 이스탄불 광역시장 선거 승리 연설에서 앞선 3월에 치러진 최초 선거 결과가 무효라고 결정한 사람들을 '바보'(fools)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인 이마모을루 시장은 2019년 3월에 치러진 최초 선거에서 승리했으나,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투표소 감시원 자격요건 위반 사례가 많았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터키 최고선거위원회(YSK)는 해당 선거를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치르도록 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약 3개월 뒤 치러진 재선거에서 경쟁자였던 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보다 77만 표를 더 얻어내면서 튀르키예 최대도시 이스탄불에서 25년 동안 이어진 AKP 통치에 종지부를 찍었다.
선고 직후 이마모을루 시장은 화상 연설에서 "국민이 양도한 권한을 소수의 사람이 빼앗을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법원의 판단에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마모을루 시장은 직위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 만일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마모을루 시장은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날 재판 결과가 나온 뒤 이스탄불 시청에는 이마모을루 시장의 지지자 수천 명이 집결, 분노를 표현했다.
지지자들은 "정부는 사임하라", "진실, 법, 정의" 등을 외치며 "오늘날 튀르키예에 정의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독일을 방문 중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CHP 대표는 "법과 정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면서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하겠다고 말했다.
미국도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이 부당한 선고 결과는 기본적인 자유, 법치주의와 관련된 인권 존중과 어긋난다"고 밝했다.
이번 판결은 내년 6월로 예정된 대선, 총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속한 AKP는 지난 2002년부터 튀르키예 집권당 역할을 해왔는데, 이마모을루 시장이 속한 CHP를 포함한 6개 야당은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를 노리고 있다.
야당 연합은 아직 내년 대선 후보를 정하지 못했지만, 이마모을루 시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유력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특히 튀르키예가 리라화 가치 폭락과 치솟는 물가상승 등 경제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라 이마모을루 시장의 대선 출마는 30년 집권을 꿈꾸며 재선을 노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다.
dind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