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전망치
물가는 3.5% 상승 예상…"물가 오름세 둔화하지만 속도 완만"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정부는 내년 한국경제가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률은 3.5%로 예상해 올해 예상치인 5.1%에서 상당 폭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 내년 성장률 전망치 1%대 제시…사실상 외환위기 이후 처음
기획재정부가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 등을 통해 2% 미만의 성장률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정부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2020년 성장률을 0.1%, 2009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2009년 성장률을 -1.5% 내외 등으로 전망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초에는 IMF와의 협의를 거쳐 거시경제 관리 지표로서 1998년 성장률을 1%로 제시했다.
연초 또는 그 전해 말에 제시한 수치로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전망치인 셈이다.
그만큼 내년 경제 상황과 그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엄중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전망치는 정책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주요 기관과 비교해보면 한국개발연구원(KDI·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은행(1.7%) 등보다도 낮다.
아시아개발은행(ADB·1.5%)보다는 높았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한은과 KDI는 10월 산업생산활동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했다"며 "10월 산업활동 감소가 생각보다 크게 나와서 한은과 KDI보다는 조금 더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1.5% 줄어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한 바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에너지 수급 불안 등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위축되는 만큼 한국 경제도 그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다만 내년 상반기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준에서 하반기에 대외 여건 개선 등으로 회복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내년에 주요 부문이 올해보다 둔화하거나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통관 기준)은 내년에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교역과 반도체 업황의 위축 등으로 2020년(-5.5%) 이후 3년 만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간 소비는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 고용 둔화, 자산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올해 4.6% 증가에서 내년 2.5% 증가로 증가 폭이 둔화할 것으로 봤다.
내년 설비투자는 2.8%, 건설투자는 0.4% 각각 감소하며 올해에 이어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 부동산 경기 위축 등이 악재로 꼽혔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의 경우 2.6%에서 2.5%로 전망치를 소폭 내렸다.
◇ 물가 상승세, 올해 5.1%→내년 3.5% 둔화 전망
물가 상승률은 올해 5.1%에서 내년 3.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원자재 가격 하락, 수요 둔화 등에 따라 물가 오름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봤다.
다만 전기·가스요금의 현실화 등에 따라 공공요금 상방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세의 둔화 폭은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원자재 수급 여건 등의 불확실성도 상존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당분간 거시 정책의 중점을 물가 안정에 두겠다는 계획이다.
◇ 취업자 수, 올해 81만명↑ 내년 10만명↑…증가폭 둔화
정부는 내년 취업자 수가 1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예상되는 취업자 수 증가 폭(81만명)에서 대폭 낮아진 수치다. 한은(9만명)과 KDI(8만명) 전망치보다는 높다.
정부는 통계적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해 실제 고용 상황보다 둔화 폭이 크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코로나19 방역 관련 일자리 감소 등도 내년 하방 요인이다.
내년 15∼64세 고용률은 68.7%로 올해(68.5%)보다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감소 등의 영향이다.
실업률은 같은 기간 3.0%에서 3.2%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수입(통관)은 6.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가격의 하락, 수출·투자 부진에 따른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 둔화 등이 감소 요인으로 꼽혔다.
경상수지는 210억달러 흑자를 예상해 올해 예상치(220억달러)보다 흑자가 소폭 줄어들 것으로 봤다.
상품수지가 올해 95억달러 흑자에서 내년 230억달러 흑자로 개선되지만,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서비스·본원·이전소득 수지는 20억달러 적자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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