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란과의 핵협상 사망 선고…"끝났다고 발표는 안할 것"

입력 2022-12-21 03:56  

바이든, 이란과의 핵협상 사망 선고…"끝났다고 발표는 안할 것"
지난달 유세발언 뒤늦게 회자…이란 시위탄압·러 지원으로 동력 상실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이 이른바 '히잡 미착용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사실상 사망했다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중간선거 직전 투표 독려를 위해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을 당시 한 여성으로부터 'JCPOA가 죽었다(dead)고 발표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에 대해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악시오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어 '왜 안 되느냐'는 질문에 "많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끝났지만(it is dead) 우리는 그것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다. 긴 이야기"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 정부는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그들이 당신을 대표하지 않는 것은 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개인이 촬영한 동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확산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유럽연합(EU)의 중재 속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파기한 2015년 핵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복원 협상은 이란이 미국에 이란 혁명수비대의 테러 조직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조건 등을 포기하면서 한때 급진전하는 분위기를 보였으나 막판 세부 논의 과정에 다시 교착됐다.
이후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고 미국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탄압한 이란 기관·인사 등을 제재하면서 핵 합의 협상 동력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인기를 공급하는 등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협상 동력 상실의 이유로 꼽힌다.
로버트 말리 미국 국무부 이란 특사는 지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단념시키고 방해하는 것과 이란 국민의 근본적 열망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고도화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공식적인 '사망 선고'를 내리지는 않았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지난 10월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핵합의에 대한 논의에 외부 이슈를 계속 제기하는데 이렇게 하는 한 합의될 가능성이나 전망도 없다"면서도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야기하는 도전에 대해서는 외교적 해결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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