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우려·대내외 금융시장 불안에 업권별 특성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최근 증권·여전사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어 비은행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시장 금리가 오르고 단기 부채가 늘어나면서 증권·여전사의 유동성 지표가 악화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의 유동성비율(3개월 내 유동성자산/유동성부채)은 지난 2019년 말 133.7%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120.6%로 낮아졌다.
카드사의 즉시가용유동성비율{(현금·예치금+즉시매도가능유가증권+미인출약정한도)/3개월 내 차입부채}은 같은 기간 220.3%에서 155.6%로, 캐피탈사의 경우 169.8%에서 134.4%로 떨어졌다.
한은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 등 공통요인에 업권별 특이요인이 맞물리면서 비은행금융기관의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증권사는 부동산 PF 채무보증 이행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9월 말 기준 23조9천억원 정도다.
또한 파생결합증권(DLS) 자체 헤지 증가로 대내외 주가가 급락하면 증권사의 마진콜 발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자체 헤지 규모는 지난해 말 40조4천억원에서 9월 말 44조4조원으로 늘었다.
여전사의 경우 금융시장 불안으로 여전채 발행 여건이 악화했다.
여전채(AA-, 3년만기) 금리는 시장금리 상승 여파에 지난해 1.97%에서 올해 1∼9월 4.03%까지 뛰었다.
여전사의 자금조달 구조가 단기화하면서 차환리스크도 높아졌다.
여전사 자금조달 중 기업어음(CP)·단기사채 비중은 지난해 12.9%에서 지난 9월 17.7%로 높아졌다. 여전채 발행액 중 2년 이하 비중도 지난해 31.5%에서 9월 말 51.3%까지 확대됐다.
아울러 부동산PF 대출 중 브릿지론은 유동성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여전사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27조1천억원이다.
저축은행은 유동성비율이 9월 말 기준 135.3%로 규제수준(100%)을 웃돌았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자기자본대비 PF 대출 비중이 9월 말 기준 75.9%로 금융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이어서 PF 부실 우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의 수신 이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은 대출금리 인상 여력이 제약돼 적극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유동성 부족 상황에 대한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는 한편, 비상자금조달계획을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별 기관도 충당금 적립 규모 확대를 도모하고, 긴급 유동성 확보를 위한 신용공여 약정 확대 등 선제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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