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원 213명 중 86명만 참석…"정치 쇼"·"지원금 조사해야"
다수는 긍정적인 반응…"압도적 지지"·"군사 지원 확대해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찾아 지속적인 지원을 호소했지만, 차기 의회에서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에선 우크라이나 계속 지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여러분의 돈은 자선이 아니고 국제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이며 우리는 그 돈을 가장 책임 있는 방식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일각에서 우크라이나를 무한정 지원하는 것을 경계하며 미국의 지원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날 연설에 참석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대부분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에 18차례 기립박수로 화답했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더힐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판해온 공화당 로런 보버트와 매슈 게이츠 하원의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의장에 입장할 때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게이츠 의원은 연설 뒤 기자들에게 "난 존중을 표시하는 차원에서 참석했지 (지원에) 동의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트위터에서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보류하고 이미 건넨 자금에 대한 사기를 조사해야 한다는 내 입장을 바꾸지 못했다"고 밝혔다.
칩 로이 하원의원은 연설을 "정치 쇼"라고 규정하며 "우크라이나가 계속 푸틴과 싸우기를 바라지만 그들은 미 하원(이 승인한) 돈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총무는 내년에도 하원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지원금 사용을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는 데 관심이 있으며 계속 그렇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런 데이비드슨 하원의원은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에 대해 "절대 안 된다"며 "우리는 전쟁을 확대할 게 아니라 봉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 연설은 우리는 전쟁을 확대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더힐 집계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의원 213명 중 86명만 연설에 참석했다. 여러 의원은 기상 악화를 우려했으며 여야 지도부가 내년도 연방정부 예산안을 서둘러 처리한 것도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더힐은 분석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대체로 젤렌스키 연설에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며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외신은 평가했다.
실제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상원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용맹하고 죄가 없으며 우리의 지원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하원의원도 "젤렌스키가 하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하원 외교위원장으로 유력한 마이클 매콜 의원은 군사 지원 확대를 주장했다.
매콜 의원은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것을 지원할 때마다 우크라이나는 승리해왔음에도 지금 행정부는 러시아를 자극하는 것을 너무 걱정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더 빨리 승리하는 데 필요한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은 지금껏 들은 것 중에 가장 감명 깊은 연설이었다"고 밝혔고, 롭 포트만 의원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일 것이 아니라 더 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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