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결구금 한달 더 연장" 결정…본인은 무죄 주장
(제네바·브뤼셀=연합뉴스) 안희 정빛나 특파원 = 이른바 '카타르 스캔들' 의혹에 연루돼 구금 중인 에바 카일리 유럽의회 전 부의장이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석방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벨기에 법원은 22일(현지시간) 카일리의 구속이 적법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심리에서 미결구금 조처를 한 달 더 연장하라고 판결했다고 현지 매체인 유로 뉴스가 전했다.
카일리 전 부의장은 24시간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15일 이내에 항소법원에 출두해야 한다.
카일리측은 이날 재판부에 도주 우려가 없고 두 살짜리 어린 자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석방을 호소했다. 또 벨기에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경찰의 위치추적 장치도 부착하고 다니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스 TV 앵커 출신인 카일리 전 부의장은 부패, 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돼 이달 9일부터 구치소 생활을 하고 있다.
벨기에 수사당국은 카타르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자국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EU 주요 인사들에게 뇌물을 전달하는 등 로비를 벌인 의혹에 카일리 전 부의장이 깊숙이 연루됐다고 보고 있다.
그의 남자친구이자 보좌관인 유럽의회 프란체크소 조르조도 같은 혐의로 수감 중이다.
카일리 전 부의장이 체포된 데에는 남자친구인 조르조의 자백이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의 공범으로 수사를 받은 조르조는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하다가 최근 태도를 바꿔 혐의를 시인했다.
이날 카일리 전 부의장의 변호인도 관련 사실을 거론하면서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카일리는 배신감에 매우 괴롭고 비참함을 느낀다고 한다"고 했다고 AFP 통신 등은 전했다.
그리스 TV 앵커 출신의 정치인인 카일리 부의장은 2014년부터 유럽의회 부의장직을 맡아왔지만, 피의자로 지목된 직후 해임됐다.
카일리 전 부의장이 소속된 유럽의회 사회당 그룹 역시 즉각 그의 당원 자격을 정지했고, 그가 자국에서 소속된 정당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도 트위터를 통해 그를 제명했다고 밝혔다.
부의장 해임에도 유럽의회 의원 신분은 유지하고 있어 면책권이 있지만, '현행범'일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유럽의회는 명시하고 있다.
이에 외신들은 카일리에 대한 사법 절차가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것을 두고 그의 자택에서 '돈다발 물증'이 발견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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