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보험 가입됐다" 안심시키고선 손놓아…피해자들 분통
보증보험료 임대인 75%·세입자 25%…분담요구 없다면 미가입 의심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김치연 기자 = 빌라와 오피스텔 1천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내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김모씨가 등록임대사업자로서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44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개정으로 지난해 8월부터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은 의무화됐다.
김씨는 자신이 등록임대사업자이기 때문에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한다고 세입자들을 안심시키고는 실제로는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김씨가 임대인으로 가입한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은 모두 44건이었다.
이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HUG가 대신 돌려주는 상품이다.
모든 임대사업자에게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2020년 8월 개정됐고, 김씨 같은 기존 임대사업자에게는 1년 유예 기간을 둬 작년 8월 18일부터 적용됐다.
김씨의 보증보험 가입 건수가 적은 것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지 않은 주택이 많고,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지 않은 주택 역시 상당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기간에 따라 보증금의 최대 10%를 과태료로 부과한다.
전세보증금이 5천만원(서울) 이하이거나 세입자가 별도로 보증보험에 가입했다면 임대인이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면제 조항도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김씨가 보증보험 의무 가입 대상자라고 안내받고 전세 계약을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가입이 돼 있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최모(38)씨는 지난해 서울 송파구 오피스텔에 전세로 들어갔는데, 두 달 뒤 집주인이 김씨로 바뀌었다. 김씨는 자신이 보증보험 의무 가입 대상자라고 설명했지만 해당 오피스텔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올해 1월 전세 계약을 한 피해자 A씨는 "부동산에서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물건이라고 듣고 계약했다"며 "김씨로 임대인이 바뀐 것을 안 뒤, 보증보험에 가입해달라고 연락했지만 김씨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증 비율이 일부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박모(29)씨는 공인중개사에게 전세보증금 2억7천만원 전액을 임대사업자 보증보험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들었지만 확인해봤더니 보증 비율은 40%에 불과했다.
박씨는 "같은 건물에 사는 28세대 중 26세대의 임대인이 김씨인데, 보증보험에 가입된 건 3∼4세대에 불과하다"며 "피해 사실을 알고 직접 가입 하려 했을 때는 이미 김씨가 블랙리스트에 등록돼 가입을 거절당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HUG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먼저 내주는 보증보험 반환 사고를 3건 이상 낼 경우 '집중관리다주택채무자' 명단에 올린다. 명단에 오른 집주인이 임대하는 주택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김씨는 올해 1월 집중관리다주택채무 대상자 명단에 올랐으나, 보증 채무를 상환해 2월 '블랙리스트'에서 해제됐다. 그러다 4월 다시 등록됐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보증료는 집주인이 75%, 세입자가 25%를 나눠서 내도록 하고 있다. 집주인이 먼저 납부한 뒤 세입자에게 청구하는 방식이다. 보증료 청구를 하지 않거나 납부고지서가 없다면 미가입을 의심해봐야 한다.
'렌트홈(임대등록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집 주소를 검색하면 등록임대주택인지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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