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축으로 경제·가치 동맹 외연 확대…한미일 3국 협력도 가속 전망
美, 對北 대화기조·도발 강경대응 유지…北선택에 향배·中협조 변수
美, 전기차 차별 해결책에서 '제2의 반도체 예외 조치' 내놓을지 주목
[편집자주(註) =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연합뉴스는 새해 전개될 국제 사회의 흐름을 짚어보기 위해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 미국의 국내 정치,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미국의 경제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신년 기획물 5꼭지를 송고합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새해는 한국과 미국이 군사 동맹을 맺은 지 꼭 70년이 되는 해다. 한미는 한국전쟁이 끝난 뒤인 지난 1953년 10월 1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작금의 한반도 상황과 글로벌 현안을 놓고 볼 때 지난 70년간 굳건한 안보동맹을 유지해온 한미는 양국 관계의 기념비적인 해인 새해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내년 5월 출범 1년을 앞두고 있고,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환점을 돌아 집권 후반기 첫해에 들어간다.
집권 2년 차로 본격적인 국정개혁에 나서는 윤석열 정부, 중간선거 선전으로 재선의 기틀을 다진 바이든 정부는 무엇보다도 안보 동맹 강화를 기본 축으로 경제·기술 동맹으로의 확대를 꾀하며 교감을 더욱 단단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방한해 삼성 반도체 공장 방문 등 기술 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며 그 토대를 마련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란 가치 동맹으로의 외연도 더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한미일 협력 강화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미일 정상들은 올해 연합 군사훈련 등 그동안 위축됐던 3국간 협력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3국 정상은 4년 9개월 만인 지난 6월 3국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11월에도 만났다.
이러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의 중심에는 '북한'이란 상수가 자리 잡고 있다.
2022년은 북한의 기록적인 수의 군사 도발로 어느 해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크게 위협받은 시기로 평가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내놓은 신(新)대북전략에 따라 북한에 대화의 손짓을 지속해서 보냈다. 하지만 북한이 솔깃해 할만한 '당근'을 제시하지는 않았고, 북한도 대화 제안에 호응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대북 전략은 북한을 유인할 조치 없이 북한의 응대를 기다린다는 점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 2.0 버전'이란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신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강력히 경고하고 공고한 한미, 한미일 동맹을 과시하며 맞섰다. 한국에 대해선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북확장억제 제공을 약속했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데 있어 한국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틀도 마련했다.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응수하면서 제재 완화와 같은 '선물'을 먼저 안기지는 않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는 2023년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에 대한 원칙있는 대응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의 입장과도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당분간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의 근간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새해 북미 관계는 결국 북한의 선택에 따라 경로를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미국은 지금까지 언급해온 것처럼 전례 없는 고강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간 갈등 고조가 대화로 이어진 전례도 있긴 하다.
그러나 미국과 갈등의 대척점에 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을 두둔하는 후원자 역할을 고수한다면 북한과 미국이 벼랑 끝 대치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국면을 전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 사회주의 맹주들이 맞붙는 이른바 '제2의 냉전' 상황에 휩쓸리면 북한이 쉽사리 대결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오히려 북한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등과 같은 미 본토 타격 능력을 내세우며 되레 미국의 대북 기조 변경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압박에 주력하면서 북한에 영향력을 지닌 대(對)중국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패권 다툼과 대만 문제 등으로 미중의 관계가 '협력'보다 '경쟁'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중국의 협조를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내년 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향후 미중간 대북공조를 가늠해볼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최근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은 제재와 상관없이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의미도 있지만, 북한에 모종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미간 돌파구 마련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안보와 군사 측면에 집중됐던 한미동맹이 경제와 첨단기술, 보편적 가치를 아우르는 다층적 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게 지난 8월 시행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마련한 IRA는 경제문제에서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이를 해결하는 실증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시금석 중 하나라는 관측이 많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한국을 비롯해 외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해 동맹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이 법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 투자에 나선 가운데 한국산 전기차가 차별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한국 내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문제 제기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아직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없는 상태다.
이에 한국 정부는 법 개정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보조금 하위 규정에 예외 요건을 마련해 해법을 찾자며 미국과 협상하며 설득하고 있다.
일단 미 재무부는 이달 말까지 하위 세부 규정을 만들어 3월부터 시행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하고 있어 이 규정에 얼마나 한국을 비롯한 동맹의 요구를 수용할지가 해법찾기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내달부터 제118대 의회가 새로 구성돼 활동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동맹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IRA 법개정에 착수할지, 법을 개정할 경우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동맹의 요구를 반영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미 행정부는 지난 10월 국가안보와 중국의 인권침해를 내세워 미국 기업이 중국에 일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중국내 한국 기업에 대해선 '1년 유예'라는, 예외적 조치를 취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동맹인 한국을 배려한 정책 사례라는 점에서 IRA 해법에서도 비슷한 해법을 내놓을지 그 선택이 주목된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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