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키이우 근거지 수도원 퇴거 명령…정교회 반발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러시아와의 연계 의혹을 받는 정교회(Orthodox Church) 종파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한때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에 있었던 자국 내 정교회와 러시아의 협력 관계를 의심하면서 교회를 주요 근거지인 키이우의 페체르스크 수도원(동굴 수도원)에서 몰아내려 하자 교회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dpa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 서기(사무총장 격) 올렉시 다닐로프는 27일(현지시간) TV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교회(Ukrainian Orthodox Church: UOC)가 러시아와 거리를 둘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그는 "당신들이 러시아와 관계가 없다면 공식적으로 결별을 고하라. 푸틴이 악마라고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 키릴도 악마라고 주장했다.
키릴 총대주교가 이끄는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에 있던 UOC는 지난 5월 "전쟁은 '살인하지 말라'는 신의 계명을 어기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모스크바 총대주교구에서 완전히 독립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은 여전히 UOC와 러시아의 협력 관계를 의심하며 지난달 페체르스크 수도원을 비롯한 몇몇 교회들을 수색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동시에 UOC가 사용해온 세계적 성지 페체르스크 수도원 임대 계약이 이달 말로 종료되면 수도원에서 떠나야 한다는 통보도 UOC 측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UOC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페체르스크 수도원 원장 파벨 레베드는 28일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교회 신자들에게 참을 수 없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메시지에서 "우리는 적들이 우리 국민을 공격하는 것을 참을 만큼 참았고, 추위 속에서 빛도 없이 굶주리는 비참함과 슬픔을 충분히 참았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인 믿음을 빼앗고 싶은가. 그러지 말라"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내 정교회는 지난 2019년 이후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의 UOC와 키이우 총대주교구 산하의 우크라이나 정교회(Orthodox Church of Ukraine: OCU)로 나뉘어 졌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탈러시아·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뒤 종교적으로도 러시아에서 독립하려 한 OCU 등의 친우크라이나 성향 정교회들이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관할에서 벗어나면서 서로 반목하는 2개 정교회가 생겨난 것이다.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 UOC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정부와 협력했다는 혐의를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으로부터 받아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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