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8개 업종 대리점 거래 실태조사
표준계약서 사용 43% 그쳐…제조사 39% '온라인서 더 싸게 판매'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자동차 판매 대리점 10곳 가운데 6곳은 공급업자로부터 판매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라는 강요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사업자가 대리점에 이를 공급할 때 대리점 판매가격을 정해 따르도록 하는 행위(재판매가격 유지)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수직적 담합'에 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발표한 '2022년 대리점거래 서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업종 응답자의 63.3%가 재판매 가격 유지를 강요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공정위는 18개 업종 546개 공급업자와 5만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대리점 거래 현황을 조사했다. 그동안은 매년 업종별로 돌아가며 조사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재판매 가격 유지 강요를 경험한 대리점 비율은 페인트(58.7%), 화장품(55.0%), 의류(53.8%) 업종 등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전체 업종의 평균 응답률은 14.3%였다.
위탁판매(대신 판매하는 것)가 아닌 재판매(사서 판매하는 것)의 경우 재고를 떠안는 대리점이 스스로 판매 가격을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업자가 재판매 가격 유지를 강요하면 시장 전체로 볼 때 판매업자 간 가격 담합과 같은 효과를 초래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법은 저작권이 있는 출판물 등 일부에 대해서만 재판매 가격 유지 강요 행위를 허용한다.
공급업자가 공정위가 보급·권장하는 표준대리점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43.0%에 그쳤다.
유형별 불공정 거래 행위 경험 비율은 '판매목표 강제'가 18개 업종 중 16개 업종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전속거래(특정 제조업자의 상품만 판매하는 것) 비중이 평균보다 높은 자동차 판매(49.2%), 보일러(24.2%), 기계(21.4%) 업종에서 판매목표를 강요받은 사례가 많았다.
응답자들은 그 밖에 경영정보 요구, 불이익 제공, 상품 구입 강제, 계약서 미작성, 경영활동 간섭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공급업자의 평균 39.6%는 대리점 공급가격과 동일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으로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한다고 응답했다. 의류(84.2%), 통신(91.6%), 석유 유통(100%) 업종은 특히 응답률이 높았다.
공급가격에 마진을 붙여 팔아야 하는 대리점으로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리점 가운데 9.1%는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리점의 온라인 판매가격은 대체로 같은 상품의 시중 온라인 판매가격보다 높았다.
공정위는 설명회 등을 통해 표준대리점 계약서 사용을 확대하고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정식으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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