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후계 유력' 측근도 비판

입력 2022-12-28 17:37  

위기의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후계 유력' 측근도 비판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유력한 차기 지도자 후보로 거론되는 고위 인사가 현 최고 지도자인 마무드 아바스(87) 수반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의 음성 녹음 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무장 정파 하마스와 연계된 온라인 매체 셰하브(Shehab)는 27일(현지시간) 후세인 알-셰이크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집행위원회 사무총장이 누군가와 대화하는 내용의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알-셰이크 사무총장은 아바스 수반이 자치정부 내에서 혼란스러운 후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그는 내부 갈등에 연루되어 있으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알-셰이크 사무총장은 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자신의 결정 사항을 통보하곤 한다"며 아바스의 통치 스타일을 비판한 뒤 그를 '창녀 66명의 아들'로 부르기도 했다.
과거 이스라엘 당국과 업무 조율을 담당하는 장관을 지낸 알-셰이크는 올해 초 PLO 집행위 사무총장으로 승진해 외교 업무의 중심축이 됐다.
파타당 중앙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그는 고령인 아바스 수반의 뒤를 이을 파타당 당수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셰하브가 공개한 또 다른 녹음 파일에서 그는 자신과 후계 경쟁하는 팔레스타인 정보기관 수장 마제드 파라즈가 하마스 관리들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빌어먹을 자식' 등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일부 이스라엘 언론은 알-셰이크 사무총장의 녹음 파일을 통해 아바스 수반의 권력 기반 축소와 자치정부 내부의 치열한 후계 경쟁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2005년 1월 자치정부 수반으로 선출된 아바스는 2009년에 임기가 만료됐다.
취임 이듬해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하마스가 압승했지만, 선거 결과를 둘러싼 대립과 무력 충돌 끝에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선거도 치르지 않은 채 임기를 이어온 아바스는 지난해 총선을 치르겠다고 공언했지만, 이스라엘이 점령지인 동예루살렘에서 투표 진행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구실로 선거계획을 철회했다.
이 때문에 아바스의 통치권에 대한 정통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점령자인 이스라엘에 무력으로 대응해온 하마스와 달리 아바스의 파타당은 평화적인 해법을 추구해왔다. 이로 인해 아바스가 이끄는 PA가 이스라엘과 미국에 과도하게 순종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특히 아바스측은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지난해 5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11일간 전쟁 당시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침묵했다.
이후 대이스라엘 저항의 주도권은 온전히 하마스 측으로 넘어갔고,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하마스의 무장투쟁을 추종하는 세력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지난해 6월에는 아바스 수반의 장기집권과 자치정부의 무능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인권운동가 니자르 바나트가 팔레스타인 보안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뒤 사망하면서, 팔레스타인의 민심도 아바스와 자치정부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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