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올해 약세장을 펼친 증시를 전망하면서 미국 통화당국의 긴축 장기화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반성 보고서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김학균 신영증권[001720] 리서치센터장은 29일 소속 연구원들(애널리스트들)과 '2022년 나의 실수'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증시 전망에서) 결정적인 오판은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가 시작되기 직전인 작년 12월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며 "당시 점도표 상 올해 말 기준금리는 연 0.75∼1.0%로 나타났고 금리 인상은 올해 6월 처음 단행해 연말까지 세 번, 0.25%포인트씩 이뤄질 것이라는 게 당시 시장 기대치(컨센서스)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준의 행보는 달랐다. 3월 이후 일곱 차례 FOMC에서 모두 금리를 올렸고, 3월(0.25%포인트 인상)을 제외하고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두 번,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은 네 번이나 단행해 연말 기준금리가 연 4.25∼4.5%까지 높아졌다.
김 센터장은 "연준의 행보 자체가 깜짝(서프라이즈) 인상이라는 평가도 할 수 있겠지만, 세 가지 점에서 (나의 판단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첫째, 연준이 뒤늦게 공격적인 긴축으로 선회했지만, 이미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치솟아 올해 초 6.8%로 2011년 11월 수치를 보였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자기 강화적 속성을 고려하면 연준의 가이던스보다 물가가 훨씬 높게 치솟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둘째는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고 셋째는 금리에 대한 고정 관념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사상 유례없는 과잉 부채를 경험하게 된 만큼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뿐 아니라 금융안정을 중요하게 고려할 것으로 봤다"며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것이 부채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처방이라는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통화정책은 금융안정을 고려해 진행될 것으로 보지만, 의사결정의 변곡점이 된 금리 수준은 (내가) 생각한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경제 행위나 정책 의사결정까지도 한쪽으로 경도되면 관성과 가속도로 표현되는 자기강화의 과정이 나타난다는 점을 2022년에 실감했다"며 "변곡점을 맞추려 하는 것보다 일단 만들어진 추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처 전략을 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자성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투자는 좋은 선택을 해야 이기는 게임이지만, 열 번 나와서 세 번만 안타를 쳐도 위대한 타자로 살아갈 수 있는 야구선수처럼 확률을 높여야 승리하는 속성이 있다"며 "실수가 있더라도 장기적인 성공 확률을 높이면 훌륭한 투자자로 살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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