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여성 저격수 수십명 전선서 활약…"잡히면 수류탄 자폭"

입력 2022-12-30 21:23   수정 2022-12-31 16:26

우크라 여성 저격수 수십명 전선서 활약…"잡히면 수류탄 자폭"
영국 이코노미스트, 여성 저격수 훈련병 3명 소개…"딸 위해 싸운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금발 머리에 입술엔 실리콘을 넣은 24살 '술탄'. 냉혈한 저격수지만 8살 난 딸에 관해 얘기할 땐 순간 눈에 감정이 드러났다.
몇 주간 짧은 훈련을 받고 북부 전선에 투입될 그에겐 딸이야말로 자신이 싸워야 할 이유다.
그는 "아이 세대는 푸틴에게 시달리지 않도록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우크라이나 여성 저격수들이 푸틴에게 맞서 싸운다'는 제목의 28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여성 저격수 3명을 소개했다.
정확하진 않지만, 우크라이나 여군 5천명 이상이 일선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이 중 저격수가 최소 수십 명이다.
저격수 훈련 기간은 통상 1년 반이지만 현재 서부 숲에서 훈련 중인 3명은 몇 주 만에 벨라루스 쪽 국경에 배치된다.
저격수 양성 책임자는 처음엔 여성을 뽑는 데 회의적이었지만 지금은 남성보다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여성은 가볍고 민첩하며 소리를 내지 않고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체적으로 인내심이 강하고 정당화지 않은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이 작다고 했다.
무엇보다 '피조'라고 불리는 혹독한 군사 생존 테스트에서 지원자 90명 중 합격자가 5명이었는데 이 중 3명이 여성이었다.
여성 저격수들은 매 단계 여성이 적합하지 않다고 보는 남성들의 저항을 겪었다.
저격수 훈련 중인 '피닉스'는 "쉬운 삶을 쫓은 적이 없지만,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우리를 입증해 보였다"고 말했다.
'술탄'은 교관의 지시를 받고 엎드린 뒤 묶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186m 떨어진 과녁을 향해 총을 조준했다. 총알은 모두 목표에서 1인치 이내 지점에 박혔다.
여성 저격수라는 점에 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역시 훈련을 받는 '옥사나'는 "여성 저격수가 잡히면 강간과 고문을 당하고 처형될 것"이라며 "늘 수류탄 자폭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의 정확한 규모는 철저한 보안 사항이지만 안나 말랴르 국방부 차관에 따르면 여군 규모는 약 3만명으로 공식적인 사전 징집병 중 20%에 달한다.
대부분은 의무병, 취사병, 비밀 통신병과 같은 후방 임무 등을 수행한다.
현재 징집 연령대 남성과 달리 여성은 출국금지 대상이 아니고, 이들은 자발적으로 군에 들어왔다고 한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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