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중국·인도 '거리두기'…내부 엘리트들과 의견차도
"푸틴 스스로도 어떤 행동 취해야 할지 몰라" 의구심 확산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300일을 넘김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고립감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러시아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도와 중국조차 '거리두기' 행보를 이어가는 한편, 푸틴 대통령이 의지하던 자국 엘리트들과의 견해차도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외교가에 정통한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WP에 "(푸틴이) 친구들을 잃고 있다고 느낄 것"이라며 "그가 진지하게 방문할 수 있는 사람은 루카셴코(벨라루스 대통령)가 유일하며, 나머지는 필요할 때만 그를 만난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역사상 최고"라고 치켜세우며 양국이 "모든 어려움을 견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지정학적 지형 변화의 원인과 과정, 타당성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며 관계의 공고함을 드러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전략적 협력 강화에 동의하면서도 "국제적 상황이 매우 복잡하고 논란도 많다"고 언급해 사실상의 온도 차가 드러났다.
시 주석은 지난 9월에도 중·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의문과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역시 이달 러시아 현지 매체 기고를 통해 '전쟁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전쟁 종식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쟁 초기 크렘린궁의 견해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듯 보이던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학살과 비교하기도 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올가을 굴욕적인 헤르손 철수로 이어진 푸틴 대통령의 전술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타티야나 스타노바야에 따르면 러시아 엘리트 집단은 공습을 중단해야 한다는 쪽과 확대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양분된 상태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푸틴 대통령 자신조차 어떠한 행보를 취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게 내부 엘리트들의 우려다.
러시아 최고위 공직자들로부터 소식을 듣고 있는 한 억만장자는 "그(푸틴)의 주변 사람들 사이에 엄청난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며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연례 국정연설과 기자회견들을 연기하는 등 앞으로의 방향을 묻는 질문을 최대한 피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쟁과 관련해서도 러시아가 합병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역 4곳의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밝힌 것을 제외하면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스타노바야는 푸틴이 "최근 매우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비밀리에 계획을 꾸리고 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러시아 엘리트들이 그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고문을 지낸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WP에 옛 동료들은 "전쟁을 승패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지금 러시아에 괜찮은 출구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2024년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내년, 푸틴 대통령의 상황이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러시아 외교가 관계자는 내년에 "또 다른 동원령이 내려질 수도 있고, 경제상황도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동원령으로 끌어모은 병력에도 제대로 된 군사훈련과 군사 장비를 지원하지 못하고 있어 이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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