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이 흥행 담보 못해…"판호 나와도 신중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중국 정부가 5년 넘게 유지해온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깨고 지난달 말 여러 한국산 게임에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발급하면서 국내 게임 업계는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게임 8종을 포함한 총 44종의 외국산 게임의 수입을 허가했다고 공시했다.
중국은 심의를 거친 자국 게임사 게임에 '내자판호'를, 해외 게임사 게임에는 '외자판호'를 발급해 서비스를 허가하고 있다.
한국산 게임의 중국 시장 진출은 중국 정부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한한령 발동 이후 거의 불가능했다. 2020년 12월 컴투스[078340]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 2021년 6월 펄어비스[263750]의 '검은사막 모바일' 판호가 나온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그러나 지난달 중국 정부가 그간의 전례를 깨고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같은 인기 게임을 포함한 여러 한국산 게임 수입을 허가하자, 시장에서는 중국 시장의 문이 다시 열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수출 기대감에 국내 게임사 주가는 판호 발급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국내 게임 업계는 판호 발급을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면서도,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반응이다.
중국 시장 진출이 곧 흥행을 담보하던 시기는 지난 데다 모든 게임의 문호가 열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재작년 판호가 나온 검은사막 모바일은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서 흥행에 실패했다"며 "막상 판호가 나오더라도 실제 출시 여부와 시점은 현지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도 "분명 호재라고 보고 있지만, 일회성 조치일 수도 있는 만큼 일희일비할 수는 없는 노릇"며 "올해 추가 판호가 나오는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게임사의 개발 능력이 이미 한국 이상으로 성장해 굳이 한한령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있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에 판호가 나온 게임은 출시된 지 2∼3년 이상 지난 구작들로, 대부분 경쟁력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문이 열려도 뛸 선수가 마땅찮은 상황으로,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할 수 있는 작품성 높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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