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점령지 내 임시 숙소에 있던 다수의 러시아 군인들이 미사일 공습을 받고 폭사한 사건을 두고 러시아 내부에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 전문 블로거와 국회의원 등은 치밀한 대비 없이 군인 수용 시설이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에 노출되도록 한 군 당국의 허술함을 잇달아 지적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은 미사일이 떨어진 임시 숙소에 탄약이 보관돼 있던 점을 거론하면서 "해당 지역이 우크라이나군의 사거리 내에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군 지휘관들은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친러시아군 사령관을 지낸 전직 장교인 기르킨은 이번 공습에 따른 사상자 수가 수백명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현장에 있던 군사 장비들은 위장돼 있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7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또 다른 블로거 아칸젤 스페나츠는 "공습을 받은 마키이우카에서 벌어진 일은 끔찍했다"면서 "많은 사람이 있는 건물이 포격을 받으면 다수가 사망하거나 다친다는 걸 몰랐던 것인가"라고 텔레그램 메시지에 썼다.
러시아 연방 상원의원인 그리고리 카라신은 군인 숙소가 폭파되기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군 당국을 질책했다.
카라신은 "(방공망 등) 적절한 수준의 군사적 방어 수단을 갖추지 않은 채 군인들이 건물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도록 한 모든 당국자에게 형사적 책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에 복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건은 엄격한 내부 분석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부대가 병사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함으로써 우크라이나군에 위치를 노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러시아군 임시 숙소를 고폭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로 공격해 63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포격이 발생한 시기는 작년 12월 31일이며 우크라이나군이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고 러시아 국방부 측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도 성명을 내고 "12월 31일 도네츠크 마키이우카에서 최대 10대의 다양한 적 장비가 파괴되고 손상됐다"며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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