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성장은 피할 수 있다" 연착륙 기대도 여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 등 월가 주요 인사들이 경기후퇴 가능성을 경고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린스펀 전 의장은 한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된 문답을 통해 연준의 통화 긴축으로 인해 "현재는 경기후퇴가 가장 가능성이 큰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1987∼2006년 최장기 연준 의장을 지낸 그린스펀은 최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 작다고 보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를 위해 여전히 임금 상승세가 진정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아 우리가 출발점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연준의 신뢰도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연준이 금융시장의 기능 고장 차단 등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너무 일찍 통화완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9∼2018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지낸 윌리엄 더들리도 이날 매체 인터뷰를 통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에 "경기후퇴 가능성이 꽤 크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 인상률이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연 2%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내려가도록 노동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연준이 실업률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후퇴가 와도 이는 연준이 통화긴축을 통해 의도적으로 유발한 것이라며 "깊은 경기후퇴를 초래하는 금융시스템 불안 등 대재앙의 위험이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유명 투자자 마이클 버리도 최근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미국이 경기후퇴를 거쳐 물가가 다시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었지만, 이번 사이클에서 마지막 고점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소비자물가가 내려가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마이너스가 되고 미국 경제가 어떻게 정의하든 경기후퇴 국면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정부는 부양책을 펼 것이다. 이에 따라 물가가 다시 뛸 것"이라고 관측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이코노미스트 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월례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 경기후퇴 확률이 70%로 나와 전달 조사(65%)보다 올라갔다.
반면 여전히 신중한 낙관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경제성장이 거의 멈추지만 마이너스 성장까지 가지는 않는 '슬로우세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정 중이고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건전하다"면서 "여기에 약간의 운과 연준의 합리적으로 능숙한 정책 결정이 있으면 경제는 완전한 하락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모두가 경기후퇴를 예상함에 따라 실제 경기후퇴가 발생하는 '자기실현적 예언'의 위험성도 언급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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