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전망치 크게 밑돌아…분기 영업익 5조원 아래는 8년만에 처음
반도체 한파에 발목 잡혀, 스마트폰도 둔화…4분기 환율 급락도 영향
상반기 반도체 호황 힘입어 작년 전체 매출은 300조원 첫 돌파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삼성전자[005930]는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천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천억원)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 등으로 영업이익이 70% 가까이 급감하는 실적충격(어닝쇼크)을 경험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점친 시장 전망치 6조2천400억원보다도 31.2% 하회했다. 한국투자증권(6조9천500억원), NH투자증권(5조8천900억원) 전망치에도 크게 못 미쳤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10조8천억원)와 비교해도 60%가량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작년 4분기 매출은 70조원으로 전년 동기(76조5천억원)보다 8.5% 감소했다.
실적 부진은 코로나 특수가 사라진데다 각국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전 세계 경기 침체가 지속돼 세트(완성품) 소비와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 수요 부진과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주력인 메모리 사업의 경우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하며 4분기 구매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또 재고 증가에 따라 메모리 가격 하락 폭도 당초 전망보다 확대됐다.
이 관계자는 또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수요 약세로 스마트폰 판매·매출이 감소했다"며 "가전 사업은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특히 반도체 부진이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4분기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을 1조4천억원대로 추산했다. 3분기보다 70% 넘게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실적이 아직 바닥을 찍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는 점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감소 추세는 올해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반도체 부문은 2분기에 영업수지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다운턴(하강국면)은 현재진행형으로 수요 회복의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낸드플래시는 4분기 적자로 전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또 스마트폰 역시 전 분기보다 출하량이 줄고 프로모션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으로 실적이 악화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떨어져 삼성전자 제품의 수익성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2022년 연간 매출액은 301조7천700억원으로 전년(279조6천억원)보다 7.9% 증가했다.
삼성전자 연 매출이 3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덕분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3조3천700억원으로 전년(51조6천억원) 대비 16% 감소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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