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안군 살해 혐의"…유엔 "강요에 의한 자백·불공정한 재판"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 사법부가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형 선고를 받은 반정부 시위 참가자에 대한 형을 추가 집행했다.
7일(현지시간)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사형 선고를 받은 모하마드 카라미(22)와 모하마드 호세이니(39)에 대한 형이 이날 집행됐다.
사법부는 이들이 지난해 11월 테헤란 동부 위성도시 카라즈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바시지 민병대원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바시지 민병대는 혁명수비대 산하 조직으로 2009년 이란 대통령선거 이후 촉발된 시위사태 당시 강경 진압으로 악명을 떨쳤다.
사법부는 숨진 바시지 민병대원이 시위대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잔혹하게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의 추가 사형 집행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 사회 비난이 쏟아졌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강요에 의한 자백에 기초한 불공정한 재판이 이뤄졌다"면서 "모든 사형 집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을 내고 "사행 집행은 끔찍한 일이며, 이란 당국이 민간인 시위대를 얼마나 가혹하게 진압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은 "끔찍하다"고 비난하고 "영국은 모든 사형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해 사형 집행에 항의하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같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이날 사형 집행과 관련해 방어권 보장 등 정당한 재판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카라미의 아버지 마샬라는 지난달 혁명법원이 사형을 선고한 뒤 당국에 아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해 왔다.
가족들은 변호인이 재판에 들어가지 못했고, 이날 사형 집행을 앞두고도 카라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사법부는 지난달 보안군을 살해한 시위대 2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이날까지 시위대 사형 집행은 총 4건 이뤄졌다.
외신 집계에 따르면 이들 4명의 형 집행 사례 외에도 시위 참가자 10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해 말 기준 508명의 시위 참가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구금된 시위 가담자는 1만9천여명에 달한다.
이란의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는 사형 집행을 강도 높게 비판하다가 당국에 체포됐고, 3주 만에 풀려났다.
알리두스티는 시위 참가자 모센 셰카리(23)의 사형이 집행된 지난달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당신의 침묵은 억압과 독재 지지를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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