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보수 강경파, 프란치스코 교황 사임 압박 움직임"

입력 2023-01-09 10:35   수정 2023-01-09 17:51

"교황청 보수 강경파, 프란치스코 교황 사임 압박 움직임"
이탈리아 매체 "베네딕토 16세 선종 며칠만에 가시화"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가톨릭교회 내 보수 강경파들이 프란치스코 현 교황에게 극도의 압박을 줘 자진 사임을 유도한다는 '비밀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한 이탈리아 출신 추기경은 이날 현지 일간 라스탐파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주장하고 "그 비밀계획은 여러 축(軸)과 단계를 갖고 있지만 목적은 단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건 교황이 사임해야만 할 정도의 압박을 받게 한다는 것"이라면서 "프란치스코의 적수들은 당장은 자신들이 소수이며, 공감대를 얻어 베르고글리오(프란치스코 교황의 원래 성)를 약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지난달 31일 선종한 지 불과 며칠 만에 가시화했다고 라스탐파는 전했다.
가톨릭교회내 보수 진영은 동성애, 낙태,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성체성사 허용, 성직자의 독신의무, 불법이민 문제 등 쟁점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 온 진보적 태도에 강한 반감을 보여왔다.
다만, 2013년 교황직을 사임하고 명예교황이 된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에 함께 머물고 있다는 점 때문에 지금껏 교회 내 보수세력은 행동을 자제해 왔다고 한다.
베네딕토 16세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에 사임할 경우 바티칸에 전·현직 교황 3명이 함께 생활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의 선종으로 더는 이런 문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됐다고 이 추기경은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일부 인사들은 이미 공개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공격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9년간 베네딕토 16세의 개인 비서로 재직한 게오르크 겐스바인 대주교가 대표적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최근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는 신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며 라틴어로 진행되는 전통미사 집전을 제한한 조처가 베네딕토 16세를 크게 상심하게 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미사는 과거 1천500년 넘게 라틴어로 진행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이후 각 나라 언어로 집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베네딕토 16세가 2007년 주교의 허락 없이도 라틴어 미사를 할 수 있도록 해 준 바 있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장인 티머시 브로글리오 대주교는 최근 이탈리아 언론에 "베네딕토 16세의 선종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임이 더욱 실현 가능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5세의 고령인 데다 작년 초부터 오른쪽 무릎 상태가 나빠져 자주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사임의) 문은 열려있다. 일반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며 사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교황이 이른 시일에 사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터 카스퍼 추기경은 "현재 그는 물러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명백히 (교회내) 진보와 보수 간에 충돌이 있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관점 간에 대화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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