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영 전력사 수장 "러 기술자, 우크라 전력 체계 꿰뚫고 있어"
"발전소 아닌 변압기 집중 타격…각 지역 고립시키려는 전략"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전력시설 등 에너지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데 자국 전력 기술자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 운영사 수장이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 최고경영자(CEO) 볼로디미르 쿠드리츠키의 이 같은 발언을 전했다.
쿠드리츠키 CEO는 "러시아군뿐 아니라 러시아 전력 기술자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스템을 겨냥한 공격을 계획, 수행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력망이 연결돼 있었던 탓에 러시아 기술자들은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스템을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의 폭격 목표물 설정 과정에 전문가가 개입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당국자 다수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발전소를 직접 타격하기보다는 변압기 등 전력망 구축에 필수적인 시설을 겨냥한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송전 시스템의 핵심 지역에 있는 변전소가 주요 목표가 된다고 한다.
이들 지역의 변압기를 파괴해 우크라이나 각 지역 간 전력이 연결되는 것을 막고 전력망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내 주요 에너지 발전 시설은 서쪽에 몰려 있으며,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변전소와 고압선 등을 통해 중부와 동부 등 다른 지역으로 수송된다.
쿠드리츠키 CEO는 "이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 패턴을 파악했다"면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처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는 서방국에서 지원받은 '나삼스'(NASAMS) 지대공미사일 등 방공 시스템을 핵심 지역 50곳에 배치해 폭격으로부터 방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스템은 구소련 체제에 만들어져 서방 시스템과 사양이 다르기에 폭격으로 전력 시설이 파손됐을 때 서방에서 대체 부품을 조달해 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러시아는 격전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밀리자 작년 10월부터 이란산 드론이나 미사일 등을 동원해 전력공급 시설 등 기간시설을 원거리에서 타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DTEK 소속 전력 기술자 안드리 투인다는 FT에 "우크라이나에 빛을 다시 되돌리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면서 항전 의지를 밝혔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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