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1명만 있으면…' 불신임안요건 완화 등 하원 운영규칙 개정안 통과
'14전15기' 美 하원의장, 강경파 휘둘려 운신 폭 더 축소…민주 "극우의 인질 몸값수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당내 소수파 반발로 15차 투표만에 선출된 케빈 매카시(공화당) 미국 하원의장이 첫 투표를 가결로 이끌었다.
그러나 초강경 보수파에 지나친 권한을 내주는 내용이어서 향후 의장 활동에 발목이 잡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블룸버그,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 하원은 9일(현지시간) 하원 운영규칙 개정안 패키지를 찬성 220표, 반대 213표로 가결했다.
민주당 의원 220명이 모두 반대한 가운데 공화당에서는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1명이었다.
매카시 의장은 이로써 의장선출 투표에서 공화당 분열 속에 14차례 과반 득표에 미달한 전례를 딛고 원내 공화 일인자의 체면을 차렸다.
이날 운영규칙 개정안 패키지가 부결됐다면 하원이 다시 멈춰서면서 매카시 의장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매카시 의장으로서는 공화당 하원의원 전체를 하나로 묶는 첫 시험을 일단 형식적으로 통과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의장의 권위를 마지못해 축소하고 더 많은 분열을 부를 여지를 키웠다는 점에서 리더십 강화와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이번에 통과된 55쪽 분량의 운영규칙 개정안에는 공화당 소수파를 달래기 위한 내용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의원 1인에게 하원의장 불신임안을 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해 의장의 활동이 소수파에 좌우될 여지를 만들어줬다.
행정부의 '통치 무기화'를 견제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법무부 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한 소수 당파의 의견을 크게 반영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의장 권한 축소의 배경에는 극우 성향의 친트럼프 인사가 많은 공화당 내 모임 프리덤 코커스가 있다.
이 보수 초강경파 집단은 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 때 소수파 권한을 확대해달라며 계속 어깃장을 놓아 표결을 15차례까지 끌고 간 바 있다.
짐 맥거번(민주) 하원의원은 이날 운영규칙 개정안 투표에 대해 "극우가 미국에 보내는 인질 몸값 수표"라고 비판했다.
다만 매카시 의장은 프리덤 코커스에 비공개로 내준 양보도 있으며 이는 규칙 개정안 패키지에도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언론들은 매카시 의장은 일상적 입법 활동에 대한 모임 규모보다 큰 권한을 프리덤 코커스에 몰래 내줬다는 등의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내 소수 초강경파의 입김을 받은 법안은 발효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이 연방 상원에서 51석 대 48석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해 그런 논란의 법안은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죽은 법안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블룸버그 통신은 매카시 의장이 초강경파 득세 때문에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과 법안을 두고 타협할 재량권이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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