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들, 우리은행의 펀드 위험성 은폐에 제재 한목소리
금감원 제재안에 수정 제안 있었지만 이의 제기 없어 원안 통과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금융위원회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의결한 것은 큰 피해가 발생한 불완전판매에 대해선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9일에 열렸던 제20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회의에 우리은행 부문 검사 결과 조치안을 상정, 손태승 회장에 문책 경고 상당을, 우리은행에는 사모펀드의 신규 판매 3개월 정지라는 제재를 내렸다.
대부분 금융위원이 금융감독원의 제재 원안에 찬성했으며 일부 금융위원이 징계 경감 등 수정 제안을 제시한 뒤 법률적 우려도 표명했으나 추가적인 이의 제기는 없었다. 이에 회의 시작 1시간 13분 만에 원안이 통과됐다.
이 제재가 관심을 끈 이유는 금감원이 라임펀드 사태 관련 제재안을 금융위로 넘긴 지 1년 6개월 만에 이뤄진 의결인데다, 이번 중징계로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태승 회장은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돼 연임 도전이 불확실하게 됐기 때문이다.
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편입돼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 환매가 중단된 사건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 우리은행은 원금보장을 원하는 80대 초고령자에게 위험상품을 판매하거나, 안전한 상품을 원하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작성해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판매 규모는 3천577억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았다.
이날 회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융위원은 "펀드 판매 부당 권유와 관련해 입법 취지상 부작위를 규율하는데 의문이 있고 이에 대한 판례나 행정 제재, 선례, 학설 등이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내부통제를 가지고 금융기관의 CEO를 제재하기보다는 불완전판매에 주안점을 두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불완전판매가 오랜 기간에 걸쳐 규모가 크고 피해자가 많이 발생했으며 사회적 파장도 컸고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면서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향후 불완전판매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고 앞으로는 CEO들도 제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우리은행 내부 문서 등을 보면 문제의 펀드가 만기에 제대로 상환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위험성을 숨기고 거래의 계속을 지시한 것"이라면서 "은행이 위험성을 은폐하는 것은 왜곡 설명하는 것만큼 그 잘못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문제의 펀드는 20일간 예약 기간을 두고 마지막 일에 설정하는 판매 구조이며 이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해서 막대한 소비자 피해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우리은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해 제재하는 것이 감독당국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위원은 "사모펀드 사태가 매우 심각했기 때문에 금감원에서 제재심을 거쳤고 금감원의 안에 대해 변경할만한 법률적 이유나 사정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원안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우리은행이 판매사로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으며 대규모 투자자 피해 발생 이후 금감원에 의한 검사 제재 이전에 우리은행 차원의 내부 감사, 이사회, 주주총회를 통한 책임 규명이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위원은 "우리은행 건은 다른 사례보다 과중한 처분이 됐다는 게 논점 중의 하나였다"면서 "감독 당국은 제재할 때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부당권유를 이유로 CEO에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일관되게 제재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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