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나라에서 '빌라왕' 시세조작에 판 깔아준 셈"

입력 2023-01-10 18:03  

전세사기 피해자 "나라에서 '빌라왕' 시세조작에 판 깔아준 셈"
공시가 150%까지 집값 인정해줘 '깡통전세' 유발
"임대인 보증보험 미가입 빌라왕에 왜 제재 없었나" 분통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3명 정도 의기투합하면 전세사기를 벌일 수 있도록 국가가 판을 깔아준 것 아닙니까? 시세 조작이 가능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전세사기 피해자 A씨)
10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2차 설명회에서 피해자들은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의 구조적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전세 사기꾼들이 보증보험의 허점을 악용해 대규모 사기 행각을 벌인 만큼 제도 자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보증보험 가입 때 시세 산정이 어려운 신축 빌라 등은 지난해 11월까지 공시가격의 150%를 집값으로 인정해줬다. 예를 들어 신축 빌라의 공시가격이 2억원이라고 한다면, 3억원까지 시세로 쳐서 HUG가 보증해줬다는 뜻이다. 시세 수준으로 전셋값을 높일 여지가 생긴 것이다.
임대인 일부는 이런 비율에 맞춰 보증금을 올렸다. HUG 보증보험에 가입 가능하다고 세입자를 안심시키며 3억원짜리 주택을 3억원에 전세 놓는 식이다.
이 방식은 집값 상승기엔 문제가 없지만,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전세보증금이 시세보다 더 높은 '깡통전세' 문제를 불러왔다. 문제가 감지되자 국토부는 보증 비율을 140%로 낮췄다.
A씨는 "HUG에서 시세를 공시가의 150%까지 인정해주며 시세를 조작하게 해준 것 아니냐"며 "전세 사기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국토부는 이달 말 내놓을 '안심전세 앱'에 신축 빌라 시세를 집중적으로 담을 예정이다.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시세 조작이 함부로 일어날 수 없도록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시세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40%의 비율 적용도 높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피해자 B씨는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하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빌라왕' 김모 씨가 임대인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법 개정으로 지난해 8월부터 등록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은 의무화됐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이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하는 등록임대사업자라고 세입자들을 안심시키고는 실제로는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임대인 보증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법을 어겼음에도 김씨는 개인 임대사업자 지위로 계속해서 주택을 매매하고 임차 계약을 했다"며 "왜 나라에서 이걸 놔뒀으며,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피해자 다수는 이번 설명회가 미흡하다는 쓴소리를 냈다.
C씨는 "국토부가 오늘 제시한 방안은 전세사기 피해자 카페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보증보험 미가입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세한 내용이 궁금했는데 이런 것을 듣자며 여기 모인 것이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피해자는 "국토부, 법무부, 국세청, 경찰청이 다 함께 모여서 피해 대책을 얘기해줘야 한다"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조속한 전세대출금 연장과 불법·탈법 공인중개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또 전세를 사는 도중 임대인이 변경된 경우 임차인에게 안내하고,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설명회는 예정된 시간을 넘겨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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