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이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인력을 감축하기로 하는 등 미국 월가 금융회사들의 감원 칼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랙록은 최대 5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30일 현재 이 회사의 직원 수는 1만9천900명이었다.
이번 감원 발표는 이 회사가 고용 동결과 비용절감을 발표한 뒤 한 달 만에 나온 것이라고 미 경제매체 인사이더가 전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는 오는 13일 발표 예정인 블랙록의 작년 4분기 이익이 22.4% 감소한 주당 8.09달러(약 1만77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블랙록은 이날 직원들에게 감원 대상을 통지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사 측은 로이터의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미 비용 감축을 위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 3천여 명을 줄일 것으로 전해졌던 골드만삭스도 이날 실제로 감원에 착수했다고 로이터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날 감원은 핵심 부서인 기업금융(IB)과 글로벌마켓 부서 등 광범위한 부문에서 이뤄졌으며, 감원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직원 4만9천100명의 6% 수준이다.
골드만삭스 직원 수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금융시장 호황에 힘입어 1만여 명이 늘어났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21억6천만달러(약 2조7천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5%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골드만삭스가 감원에 이어 회사 출장비 등 각종 비용을 축소하기 위해 광범위한 검토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연간 보너스도 시장 상황을 반영해 40% 정도 줄일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만삭스뿐 아니라 모건스탠리도 전체의 2%인 1천600명을 감원하고, HSBC도 최소한 200명을 구조조정할 것으로 보도되는 등 월가 전반이 구조조정 한파로 얼어붙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에 동참하지 않았던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생명과학 자회사인 베릴리(Verily)가 이날 전체 인력의 약 15%인 200명 이상을 감원한다고 자사 블로그를 통해 발표했다.
베릴리는 또 의학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베릴리 밸류 스위트'와 미세바늘 등 일부 초기 단계 제품개발도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 아마존, 트위터 등이 세계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대규모 감원을 했거나 진행 중이다.
인사관리 컨설팅회사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지난해 감원을 가장 많이 한 곳은 IT분야였으며, 감원 규모는 전년보다 649%가 증가한 9만7천171명에 달했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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