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학회 세미나…"거래세, 손해봐도 납부해야 하는 모순"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오는 2025년부터 시행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설계자인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는 12일 "금투세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합리적인 세제"라며 2년 뒤에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증권학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1978년 증권거래세(거래세)가 도입됐을 땐 금융실명제도, 실시간으로 이익 실현을 계산하는 시스템도 없어 할 수 없이 거래세를 도입했다"며 오늘날까지 거래세가 계속 존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투세가 결코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제도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예컨대 개인투자자가 주식과 펀드에 동시에 투자한 경우, 주식에서 3천만원 손실을 봐도 거래세를 내야 하고 펀드에서 2천만원 이익을 봤다면 배당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전체적으로는 1천만원 손실이지만 양쪽에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금투세는 이런 모순을 없애기 위해 인별 과세하는 통합 과세체계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의원 시절 발의한 금투세는 주식 투자 소득 비과세 범위를 2천만원까지로 잡았지만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5천만원까지로 확대됐다면서 "훨씬 더 소액투자자를 위한 법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2019∼2021년 증시 활황기에도 5대 대형 증권사 고객 중 5천만원 이상 이익을 본 사람이 0.9%밖에 되지 않았다"며 "금투세로 전환하면 99.1%는 세금을 내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증권시장 거래세에 포함되는 농어촌특별세(농특세) 문제도 거론했다. 농특세는 1994년 농산물 시장 개방 이후 농민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증권거래·부동산취득 등에 과세해 재원이 마련된다.
농특세에 대해 최 교수는 "농민들이 어려워지니 정부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여유가 있는 것 같아 거래세에 농특세를 붙인 것"이라면서 "지금은 전 국민이 펀드 아니면 주식을 하는데 자본시장에서 농특세를 부담하는 논리는 성립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1995∼2002년 한국증권연구원(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시절부터 거래세를 폐지하는 대신 양도소득세(양도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때마다 증권사 사장들이 연구원을 찾아와 '증시가 폭락한다'며 항의했다고 한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금투세 도입을 증시 폭락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세금을 물리면 주가가 폭락한다는) 그런 선입견이 박혀있는 것 같다"며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제도 자체는 국제 정합성에 맞게 합리적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작년 연말 민주당 내부에서도 금투세 유예 목소리가 나오며 논란이 일자 직접 당에 가서 금투세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대로 유예하면 거래세 폐지는 물 건너간다"며 "거래세율 인하로 세수 결함이 발생하면 정부도 다른 세수 확보 방안을 검토하다가 금투세를 얘기하지 않겠나. 정부도 문제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거래세를 낮추는 조건이라도 통과시키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로 종전 0.23%였던 증권거래세율은 올해 0.20%로 인하됐고 내년 0.18%를 거쳐 최종 0.15%까지 내려간다.
대주주 기준을 100억원으로 올리려고 했던 정부·여당안에 대해서는 "50억 자산가가 (주식투자로) 5억원 벌어 1억원 정도 세금내는 걸 부담으로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유지가 안 된다"며 "시대 조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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