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우스 정상회의' 개최…인구·경제력 바탕으로 외교 입지 확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초강대국 간 갈등 속에 외교 무대 입지 확대에 힘쓰고 있는 인도가 120여 개발도상국을 모아 놓고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자고 강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글로벌 사우스 정상의 목소리'(Voice of Global South Summit 2023) 개회식에서 "80년 된 글로벌 거버넌스 모델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글로벌 사우스에는 인류의 4분의 3이 산다"며 "우리는 이에 걸맞은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서구 선진국, 식민 지배국 중심의 '글로벌 노스'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제3세계나 개발도상국을 지칭한다.
이번 회의는 인도가 처음으로 주창해 개최됐으며 13일까지 이틀간 이어진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10여개국 정상을 비롯해 각국 외교부 장관, 재무부 장관 등 120여개국이 참여했다.
회의에서는 인간 중심의 금융 발전, 환경친화적 생활을 통한 균형 성장, 에너지 안보, 탄력 있는 보건 시스템 등이 논의됐다.
현지 매체는 이번 회의 개최에 대해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인도가 제3세계에서도 맹주를 자처하며 위상을 강화하려 하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모디 총리는 이날 "당신들의 목소리는 인도의 목소리이며 당신들이 중시하는 것은 인도도 중시한다"며 인도가 제3세계·개도국과 '한 편'임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사우스의 국민이 더는 개발의 열매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인도는 미국과 구소련이 주도하던 냉전 시대에도 제3세계 국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특히 1955년 반둥 회의로 촉발된 비동맹 운동에서 좌장 노릇을 하며 국제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미·중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사회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14억 인구 대국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여러 물밑 역할을 통해 협상 중재국으로 주목받았으며 특히 모디 총리는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인도는 이밖에 다른 여러 국제 현안과 관련해서도 거침없이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중국 견제 목적이 강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일원인 인도는 지난해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도 참여했다.
동시에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의 발판으로 삼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여기에 최근 성장하는 경제를 바탕으로 제3세계에서도 과거 같은 영향력 구축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에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익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인도가 비동맹 노선이 아닌 다자동맹'(multi-alignment), '전부동맹'(all-alignment) 외교를 통해 국가의 체급을 올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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