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1.7% 밑돌 전망…상반기 특히 어렵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지난해 4분기 한국경제가 역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해 성장률도 작년 11월에 전망했던 1.7%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인상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해 12월 중국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이 많이 제약됐고 반도체 경기 하락, 이태원 사태 등으로 4분기 경제지표가 좀 나쁘게 나왔다"면서 "지난해 4분기 음의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굉장히 커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1월에는 1.7%로 봤었는데 그동안 여러 지표를 보니 성장률이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지난달 물가설명회에서 경기 침체의 경계선에 있다고 진단했는데, 현재 침체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판단하나.
▲ 올해 성장률을 (작년) 11월에는 1.7%로 봤는데 한 달 조금 넘었지만, 그사이 일어난 여러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이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 그동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많이 번졌고 그로 인해 이동이 제약됐다. 또 반도체 경기가 하락했고 또 이태원 사태 등을 이유로 4분기 경제지표가 좀 나쁘게 나왔다. 그래서 4분기에는 음의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굉장히 커졌다. 그렇지만 올해 1분기에서는 우선 재정 조기 집행을 기대하고 있다. 크게 보면, 수출 부진이나 국제 경제 둔화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상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경기 침체라고 이야기하기는 성급하고, 지난번 말씀드린 대로 경기침체의 경계선에서 데이터를 봐야 하는 게 아닌가(생각한다). 다만 이것은 전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고 다른 주요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과 비교해 우리가 더 나은 상황임을 말씀드리고 싶다.
-- 올해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은.
▲ 1분기는 한번 봐야 한다. 4분기 나빠진 요인 중 개선 여지가 있다면,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망자도 늘어나고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재 사망자 수는 그렇게 많지 않고 현지 이동도 많이 회복된 것 같다. 그래서 1∼2개월 지나고 정상화될 가능성이 12월 걱정했던 것보다는 나아질 것 같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도 나왔지만, 노동시장이 굉장히 타이트함에도 임금상승률은 조금 떨어지고 CPI도 떨어졌다. 유럽도 가스 가격이 올라갈 줄 알았는데 이번 겨울이 따뜻해서 많이 떨어지고, 재고 확보 효과도 있었다. 그래서 음의 성장을 예상했었는데, 그보다 조금 나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며칠 전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 가서 분위기를 들어보니 그렇다. 1분기 수출도, 성장률도 예전보단 낮을 것이다. 하지만 음의 성장은 아닐 수도 있고, 두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올해 하반기 세계 경제와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한가.
▲ 많은 기관이 전 세계적으로 올해 상반기가 어렵고 하반기부터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근거로는 선진국 금리 인상 사이클도 올해 상반기 정도면 마무리되지 않겠냐는 것이 있다. 반도체 사이클의 경우 전문가들 연구를 보면 여름, 적어도 3∼4분기부터는 재고 등을 고려하면 (경기가) 회복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다). 특히 반도체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반도체 경기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반대로는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불확실성이 있지만 다른 기관 전망과 자료 등을 볼 때,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로 전환될 것을 희망하고, 그렇게 가정해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 정부가 최근 부동산 규제를 풀었는데 가계부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부동산 경기 하락 국면에서 규제를 풀었다고 대규모로 부동산 대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 또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남아있어서 부동산 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하고 경기 좋아지는 시점에서 당국끼리 다시 모여서 거시 건전성 정책을 효과적으로 만들 방법을 심각하게 계획하고 집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 금통위원들이 생각하는 최종금리 수준은 현시점에서 어떻게 변화했나.
▲ 최종금리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금통위원들이 논의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당분간, 즉 앞으로 3개월 기간에서의 기준금리 정점이 얼마인지이다. 이번 회의에서 세 분은 최종금리를 3.50%로 보시고 그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당분간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 반면, 나머지 세 분은 상황에 따라 최종금리가 3.75%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셨다. 이러한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현재 예상되는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수준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정책 약속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온다. 이런 시장의 기대는 비합리적인가.
▲ 금리 인하는 기본적으로 물가가 저희가 예상하는 수준으로 확실히 수렴한다, 정책 목표 수준까지 중장기적으로 수렴해 간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는 이야기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지금 물가에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존재한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드린 말씀으로 대신한 것 같다. 아직 그것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든다면, 미국 연준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나.
▲ 제가 작년 잭슨홀에서 연준 금리 인상 사이클보다 먼저 끝낼 수 없다고 말한 것이 보도돼 과도하게 해석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빨리 올릴 때 우리가 반대로 가기는 어렵다는 뜻이었다. 미국이 지금은 속도 조절을 시작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계속돼 금리 격차가 커질 때 생길 수 있는 금융 안정에 대한 우려 등을 같이 고려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상황을 보며 금리를 결정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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