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간 전선 재점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미국 상·하원의원들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비판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미국 상·하원의원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이 IRA에 대해 "미국의 에너지 산업과 경제 안보에 투자하는 것일 뿐이며, 보호무역 회귀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 안보를 강화하면 동맹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사실상 개정 필요성에 회의적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IRA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미국이 친환경 에너지 등에 대규모 투자를 늘린다는 게 기본 취지지만, 북미(캐나다·멕시코)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유럽 한국 등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국가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번 WEF 기조연설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할 예정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러나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은 유럽이 IRA의 취지를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WEF에서 의회 대표단을 이끄는 크리스 쿤스 미 상원의원은 폴리티코에 "유럽, 독일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길을 찾으면 좋겠다"며 친환경 에너지 투자에 대한 IRA의 기본 취지를 강조했다.
일부 의원들은 유럽의 반발이 위선적이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IRA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중도 성향의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은 IRA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유럽은 엄청나게(hyper) 위선적"이라고 맞섰다. 그는 유럽이야말로 지난 수십 년간 보호무역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맨친 의원은 IRA에 대해 "이 법은 기본적으로 미국을 강화해 우리 동맹·우방국을 도울 수 있게 되도록 설계됐다. 동맹·우방국들이 바로 이런 도움이 절실하다. 그런 도움이 필요한 동맹이 있다면 EU가 바로 그렇다"고 주장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은 IRA가 초당적으로 통과된 점을 강조하며 "민주·공화당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유럽이 여전히 긴장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 대표단은 다보스포럼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만나 IRA의 의도를 적극적으로 설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양측의 만남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일정 문제로 한 차례 미뤄졌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폴리티코는 "다보스포럼은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 주체인 미국과 EU가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힐 기회"라면서도 "그러나 타협의 여지가 크지 않다. 미국과 유럽 사이에 놓은 대서양이 그 어느 때보다 넓게 느껴진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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