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간부들 연신 사과에도 반응은 '싸늘'…비공개 진행·기관장 불참 등 한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불공정 심의 논란, 전산망 구축 비리 의혹에 휘말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일부 게이머들을 직접 만나 위원 전문성 부족, 미흡한 소통 문제 등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게임위는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에서 김진석 경영기획본부장, 이상현 게임물관리본부장 등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약 4시간가량 '게임 이용자 간담회'를 열어 사전 신청을 통해 참가한 게임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참석자들은 게임위 위원 중 게임산업에 전문성을 가진 인원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참가자는 "게임위원 명단을 보니 대부분 경력이 게임산업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게임산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심의했더라면 작년 논란이 된 '블루아카이브' 등급 상향 사태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진석 본부장은 "심의위원 자격 요건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질문 취지에 맞게 최대한 게임과 관련한 전문성 있는 위원들로 영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답했다.
게임위가 작년 모바일 게임 '블루아카이브' 등급 상향 사태 이후 불거진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게이머들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김 본부장은 "분기마다 1번씩 게임 이용자들을 직접 찾아가 간담회를 열 예정"이라며 "등급분류 회의록도 세부적인 방식을 고민 중이고, 조만간 확정해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간담회에서는 작년 11월 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게이머들의 눈높이와 사회적인 눈높이가 다르다'는 김진석 본부장 발언에 대한 해명 요구도 나왔다.
이에 김 본부장은 "게이머들의 시각이 사회적 시각보다 더 높다는 의미였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게이머를 비사회인 취급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본다"며 "이 자리를 빌려 게임 이용자들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공들여 제작한 게임 캐릭터 이미지가 성인오락실용 게임기에 도용됐고, 게임위가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석형 등급서비스팀장은 "주무팀장 입장에서 사과드린다"며 "현행 제도상 저작권 침해 사실을 법원에서 인정받기 전 게임위가 자체적으로 조치할 권한은 없지만, 아케이드 게임 심의 과정에서 검토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게임위가 직접 게임 이용자들을 만나 의견을 들은 것은 발족 이래 이 자리가 처음이지만, 이를 두고 게임 커뮤니티는 냉담한 반응이다.
간담회가 평일 낮에 열린 탓에 참가 의사를 밝힌 41명 중 실제 참가자는 20명에 그쳤고, 현장 중계 없이 비공개로 진행돼 참가자 외에는 토론 내용을 온전히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관장인 김규철 게임위원장이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불참한 점도 게이머들의 비난을 샀다.
감사원은 지난달 14일부터 게임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의혹은 게임위가 2017년 외부 업체에 시스템 개발을 맡겨 미완성 상태인 전산망을 납품받고도 어떠한 보상이나 배상금을 받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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