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장 "IRA 우려, 모두가 아는 사실" 도마 위에
美 노동장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기회" 되풀이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스위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서 유럽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마 위에 올리며 견제에 나섰다.
IRA는 미국이 자국 친환경 산업에 대대적 투자를 한다는 게 골자인데, 이중 전기차 감세 혜택에서 외국산은 배제될 소지가 있다는 점 등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가장 앞장서서 미국에 포문을 연 것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17일(현지시간) 특별 연설에서 IRA가 향후 10년간 친환경 기술에 3천69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점을 언급하면서 "일부 인센티브 제공과 관련해 미국 IRA의 특정 요소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가 미국 측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협의해온 이유"라며 "가령, EU 기업들과 EU에서 제조된 전기차들도 IRA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나섰다는 게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의 진단이다.
EU 기업도 현금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회원국 정상들에게 확신을 주면서도, 동시에 EU가 보호주의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연설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실제로 EU가 어떤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그가 연설하는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EU 재무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유럽 자체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골몰했다.
이날 논의는 EU 회원국 사이에서 미국의 막대한 보조금 지급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저마다 입장에 따라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어진 것이다.
미국에 맞서 EU도 보조금 규정을 완화하면 자칫 프랑스, 독일처럼 기업에 현금을 지원할 여력이 있는 국가만 이득을 볼 것이라는 게 유럽 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신중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7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EU가 IRA와 관련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친환경 기술 개발과 탄소중립 미래를 위한 노력을 지지하며, 미국과 무역 전쟁을 피하려고 힘을 쏟고 있으며 무역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미국과 협상 중으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다보스 포럼에 바이든 대통령이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참석하지 않은 미국은 IRA를 둘러싼 쟁점에 여전히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다.
마틴 월시 노동 장관은 17일 다보스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IRA는기후 변화와 관련해 우리가 국제무대 리더가 되게 하는 산업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보수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뿐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전세계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미 의원들은 IRA를 겨냥한 비판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다.
이들 의원은 IRA에 대해 "미국의 에너지 산업과 경제 안보에 투자하는 것일 뿐이며, 보호무역 회귀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EU 일각에서는 현실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미 시사 잡지인 타임지가 16일 전했다.
몇몇 관료들은 EU가 IRA에 맞서 싸우기보다 IRA 방식에 보조를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인도가 자국 내 친환경 에너지 기반을 확대하려는 '메이크 인 인도' 프로그램에 나섰다는 점을 들고 "당국자들은 다자 포럼에서 국제 무역을 증진하면서도 자국 내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허용하기 위한 새 규정을 놓고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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