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급한 中, 대미 유화공세…관영지 "대화재개는 가뭄 끝 단비"

입력 2023-01-19 11:49  

경제급한 中, 대미 유화공세…관영지 "대화재개는 가뭄 끝 단비"
中매체, 옐런-류허 회담 호평하며 "美, 제로섬서 협력으로 옮겨야"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새해 미·중 간 대화 채널이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대미국 유화 행보가 눈에 띈다.
18일(현지시간) 양국 경제팀의 수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류허 부총리의 '취리히 회담'이 열렸다.
앞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미·중 무역 전국위원회 크레이그 앨런 회장,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문제 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 간의 화상 대화가 각각 12일과 11일 이뤄졌다. 내달 초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취임 후 첫 중국 방문도 예정돼 있다.
양국이 기후, 경제, 무역 등 분야에서 잇따라 온·오프라인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지침을 따르는 관영 매체들의 미국 관련 보도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옐런-류허 회담을 소개한 관영매체 보도는 거시경제, 금융정책 등과 관련한 양국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 위주이고, 대미 견제성 내용은 '중국 측은 미국의 대중국 경제·무역·기술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그러한 정책이 양국에 주는 영향을 중시할 것을 희망했다'는 한 문장뿐이었다.
보도 시점도 미국 측 보도가 나온 뒤였다
미·중 간 각급 회담 때 마치 선제공격하듯 미국발 보도가 나오기 전에 선명한 대미 비판과 공세가 담긴 보도를 쏟아내던 작년, 재작년 모습과는 달랐다.
대미 강경 기조로 유명한 글로벌타임스도 류허-옐런 회담을 긍정 평가하면서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인 이 매체는 19일자 사설에서 류허-옐런 회담에 대해 "중·미 고위 관리 간의 올해 첫 만남"이라며 "중국과 미국이 양국 정상의 발리 회담(작년 11월) 정신을 구현하면서 외교, 경제, 무역 분야에서 고위급 교류를 점진적으로 재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새해 벽두에 비교적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수년간 경색돼온 중·미 관계의 완화와 복원이 뒤늦게나마 이뤄진 것"이라며 "흐린 2023년 세계 경제·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긴 가뭄 끝에 때맞춰 단비가 내리는 느낌"이라고 썼다.
사설은 그러면서 "미국의 (대중국) 외교정책은 제로섬 게임에서 윈윈과 협력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며 인플레이션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과 방역 정책 전환 후 경제 발전에 진력하려는 중국 모두 호혜적으로 협력할 영역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외교가도 새해 중국의 대미 유화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우선 미·중 모두 중대 정치 일정을 치른 뒤 맞이한 2023년, 작년보다 상대에 대한 '여유'가 생긴 상황을 중국 측 변화의 요인 중 하나로 거론한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최악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는 작년 10∼11월 양국 중요 정치 일정인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미국 중간선거에 이은 현 정상 간의 첫 대면 회담(작년 11월 14일 발리)을 거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고강도 방역 정책의 여파로 인해 문화대혁명(1966∼1976) 종료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성장률(3.0%)을 기록한 중국은 시급해진 '경제 살리기'를 위해 대외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를 강하게 느낀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의 연착륙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대외 관계의 핵심인 대미 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갈 필요를 인식한 중국이 미국을 향해 '올리브 가지'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 호응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여전하고, 최첨단 반도체 관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예봉은 꺾이지 않았다는 것이 중평이다.
결국 미중 전략경쟁의 본질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협력할 분야는 협력하고, 경쟁할 분야는 경쟁'하려는 미국과 미국의 견제를 양국 간 협력으로 덮길 원하는 중국 사이에 내달 블링컨 방중을 필두로 본격적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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