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9.6%씩 밤하늘 밝아지며 세계인 30% 은하수 볼 권리 뺏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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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공조명에 따른 빛 공해로 밤하늘이 밝아지면서 인간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지구과학연구소(GFZ)의 크리스토퍼 키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 각지의 시민 과학자들이 제출한 별 관측 자료를 통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빠르게 줄고있다는 점을 밝혀낸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맑은 날 어두운 밤하늘에서 우리 은하의 띠 모양 구조인 은하수(미리내)부터 수십 개의 별자리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별을 볼 수 있어야 하지만 빛 공해로 세계 인구의 약 30%, 미국인의 80%가 우리 은하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으며,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 급속하게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GFZ와 미국 '천문학연구 대학연맹'(AURA)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미국 국립 광·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가 운영하는 시민과학 프로그램 '글로브 앳 나이트'(Globe at Night)에 세계 곳곳의 시민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관측 자료를 활용했다.
글로브 앳 나이트는 2006년부터 매년 별의 가시성(可視性) 자료를 모아왔다.
이 프로그램은 데스크톱이나 스마트폰의 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앱을 통해 제공된 여러 개의 별 지도 중에서 밤하늘에서 본 것과 가장 비슷한 것을 골라 입력하면 해당 지역에서 망원경의 도움 없이 볼 수 있는 별에 관한 '맨눈 한계등급' 자료로 활용된다.
밤하늘이 밝을수록 희미한 별은 맨눈에 안 보이기 때문에 이 자료는 인공조명에 따른 빛 공해를 측정하는데도 이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웹앱이 본격적으로 이용된 지난 2011년부터 2022년 사이에 글로브 앳 나이트에 제출된 관측 자료 중 달빛이나 구름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은 제외하고 5만여 건의 자료를 집중 분석했다.
특히 지역과 시기적으로 고르게 관측 자료가 제출된 유럽과 북미지역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줄어드는 것을 통해 밤하늘의 밝기가 연간 9.6%씩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위성을 통해 측정한 약 2%의 증가율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는 지구의 밤이 겪는 변화를 연구하기에는 현재 위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매년 각지에서 올라오는 글로브 앳 나이트의 가시성 별 관측 자료를 밤하늘 밝기 변화를 읽는 자료로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했으며, 이는 글로브 앳 나이트 참여가 흥미로운 자원봉사를 넘어 지구환경의 중요한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밤하늘의 빛 공해는 천문 관측에 방해가 되는 것을 넘어 인간과 야생동물의 생체시계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바 박사는 밤하늘의 빛 공해 문제가 급속히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현재 250개의 별을 볼 수 있는 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18세가 될 때 100개 정도밖에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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