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레바논에서 주요 정파 간 이견으로 대통령 공석 사태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개혁파 의원들이 조속한 대통령 선출을 촉구하며 의사당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20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나자트 살리바, 멜헴 칼라프 등 2명의 레바논 국회의원은 전날부터 베이루트 시내 의사당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두 의원은 불 꺼진 의사당에서 촛불을 켠 채 밤을 지새우고, 지지자들이 보내준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개혁 성향의 정치 블록 '변화의 힘'(Forces of Change)에 소속된 이들이 의사당 농성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말 미셸 아운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의회가 석 달 가까이 후임자를 뽑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칼라프 의원은 "우리는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여기에 머무를 것이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은 의원들의 의무"라며 "지금 레바논에는 정부와 대통령 없이 힘없는 의회만 있다"고 개탄했다.
살리바 의원은 "헌법에 명시된 것 중 어떤 것도 작동하지 않는다. 레바논의 정치는 정체 상태이며, 정당 간의 벽은 계속 더 두꺼워지고 있다"며 "모두가 대화로 군벌들에게 힘을 부여하는 그 벽들을 깨부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회는 아운 전 대통령의 임기를 한 달 앞둔 지난해 9월 대통령 선출 절차를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모두 11차례 대통령 선출을 위한 회기를 열었으나, 정파 간 이견으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
임시 정부가 가동되고 있기는 하지만, 국정 운영이 원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사이 사상 최악의 경제난은 더욱 깊어졌다. 물가는 무서운 치솟고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연일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원내에 자력으로 대통령을 뽑을 만큼 충분한 의석을 확보한 정치 블록이 없는 데다, 각 정치 블록 사이에 차기 대통령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아, 국정 공백의 끝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레바논의 대통령 장기 공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5월 미셸 술레이만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정파 간 갈등으로 2년 넘게 대통령을 뽑지 못한 사례가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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