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정보 흘리고 경쟁조직 단속"…본인은 혐의 부인 "엘차포의 복수에 당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멕시코의 치안을 총괄했던 전 장관이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으로부터 거액을 받는 등 마약 카르텔에 연루된 혐의로 미국 법정에 섰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헤나로 가르시아 루나(54) 전 멕시코 공공안전부(현재는 폐지) 장관에 대한 재판이 23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 연방 법원에서 시작됐다고 로이터·AFP·AP 통신이 보도했다.
가르시아 루나는 구스만이 이끈 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돈을 받고 2001∼2012년 미국 등지로 코카인 등 마약을 유통할 수 있도록 눈감아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부패한 관리들을 요직에 앉히고, 단속 정보를 흘리거나 시날로아의 경쟁 조직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미 검찰은 그가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일부 조직원을 체포하거나 마약 일부를 압수하기는 했지만, 뒤로는 돈을 받아 챙겼다고 보고 있다.
구스만은 1989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각지에서 마약 매매와 돈세탁, 살인 교사 등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콜로라도 교도소에 있다.
2018년 구스만에 대한 재판에서 한 조직원이 2005년 또는 2006년 가르시아 루나에게 300만 달러(약 37억원)가 든 가방을 줬고 2007년에도 300만∼500만 달러(약 37억∼62억원)를 건넸으며, 카르텔에서 그에게 최대 5천만 달러(약 618억원)를 모아 주기로 합의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필립 필마 검사는 법정에서 "피고인(가르시아 루나)은 그들의 돈을 받아 나라에 대한 맹세를 배신했다"라며 "시날로아 카르텔과 벌이는 전쟁의 책임자가 사실은 카르텔의 가장 귀중한 자산이었다"라고 말했다.
가르시아 루나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멕시코 정부의 단속 작전에 당한 카르텔이 복수를 위해 가르시아 루나에 대한 음모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대해 제기된 5개 혐의가 인정되면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가르시아 루나는 이날 피고인석에 앉아 방청석의 아내와 딸을 향해 손 키스를 보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가르시아 루나는 2001∼2005년 멕시코 연방경찰을 승계, 신설된 연방수사국(AFI·2009년 통폐합)의 첫 국장을 지냈다.
이후 2006년 취임한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이 강력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신설한 공공안전부의 장관을 맡아 2012년까지 칼데론 정부와 임기를 함께했다.
가르시아 루나는 장관 재임기에 미국 마약단속 당국 및 정보기관과 긴밀히 협력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배심원단에 가르시아 루나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과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르시아 루나가 체포된 후 칼데론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 자신은 그의 의혹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고 '심대한 충격'을 받았다면서 법을 엄정히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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