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도 "수출규제 바뀐 것 없어…정부간 합의 기다릴 뿐"
로이터 "미·네덜란드 당국자 27일 회담…수출통제 합의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이 반도체 생산장비의 중국 수출 차단에 네덜란드 기업 ASML을 동참시키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하는 가운데, ASML은 올해 대중국 수출이 지난해와 거의 같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실적발표 후 대중국 수출이 2021년 21억7천만 유로(약 2조9천200억원), 2022년 21억6천만 유로(약 2조9천억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거의 같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ASML 전체 매출의 14∼15%를 차지하며, 베닝크 회장은 ASML의 400억 유로(약 53조7천억원) 규모 전체 수주잔고 가운데 15%가 중국 기업들의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세대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는 여전히 중국에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ASML은 2019년부터 네덜란드 정부의 불허로 전 세계에서 독점 생산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으나, DUV 노광장비는 계속 공급하고 있다.
그는 ASML의 대중국 수출 규제와 관련해 "바뀐 건 없다"면서 "정부와 정치인들이 계속 대화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에 이르기를 기다려야 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네덜란드의 수출통제 합의가 임박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규제의 기술적 세부 문제가 해결됐을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ASML이 2019년부터 중국에 EUV 노광장비를 수출하지 못한 것과 달리 램리서치 등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10월 제재 발표 전까지 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해왔다고 지적하는 한편, 중국 기업들도 장비 국산화에 투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핵심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 네덜란드와 일본에도 동참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미국은 지난 17일 네덜란드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19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와 관련, "나는 우리가 거기에 도달할 것이라고 상당히 확신한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는 "그것은 큰 발표 없이 진행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면서 "이 문제는 관련국간 대화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것(내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네덜란드 당국자들이 27일 미 워싱턴DC에서 만나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양측이 세부사항에 합의할 경우 이르면 회의 첫날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ASML의 지난해 4분기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늘어난 64억3천만 유로(약 8조6천억원), 지난해 전체 순매출은 13% 늘어난 211억 유로(약 28조3천억원)를 기록했다.
ASML은 TSMC·삼성전자·인텔 등 반도체업체들의 사업확장에 따른 장비수요 증가로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 넘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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