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일변도에 유혈충돌…"'안정추구' 허울마저 버려"
"미 중재도 효과 미지수"…팔 청년분노 확산에 위험수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역대 정권 중 이념적으로 가장 오른쪽으로 쏠린 이스라엘 극우정권이 출범한 지 불과 1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이 수년 만에 가장 격렬한 수위로 전개되며 양측의 갈등이 대폭발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에서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밤 유대교 회당에서 팔레스타인 청년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7명이 사망했다. 예루살렘에서 민간인들을 겨냥한 공격으로는 2008년 이래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충격이 가라앉기도 전에 곧바로 29일에는 동예루살렘 실완 팔레스타인 지구에서 13세 소년이 총기를 발사해 2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인들을 겨냥한 주말 총격은 이스라엘군이 26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충돌해 10명을 사살한 직후 벌어졌다.
2014년 양측의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 충돌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당분간 이 지역에 걷잡을 수 없는 보복의 악순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유혈충돌 정도가 근년에 보기 힘들었던 수준으로 과열된 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극우 정권이 팔레스타인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벼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유대인 정착촌 활동가와 강경한 국수주의자 등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극우 내각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요르단강 서안 병합을 주장하고, 예루살렘에 자리한 이슬람교·그리스도교 공동 성지에 대한 관리 권한 장악을 시도하는 등의 움직임으로 이미 팔레스타인의 분노를 자극할대로 자극해 왔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일명 6일 전쟁)을 통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에 주민을 꾸준히 이주시키며 정착촌을 확장해왔는데, 유엔 등 국제사회는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극우 정부는 지난 주말 팔레스타인 주민이 벌인 2건의 총기 난사 사건 직후에도 강경 대응을 선언하고 이스라엘 시민들에 대한 총기 규제 완화와 정착촌 강화 등 대응책을 즉각 내놓았다.
테러범의 행동에 동조하는 가족의 사회보장 혜택을 박탈하기로 하는 한편,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이 테러범을 사형에 처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팔레스타인을 옥죌 대응 수위를 한층 높일 태세다.
이스라엘 안보 전문가인 님로드 노빅은 NYT 인터뷰에서 전임 정부는 표면적으로나마 '안정이라는 허상'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면서 "이제는 그 허울마저 사라져 버렸다"고 진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시각을 '기우'라고 일축하면서 집권 리쿠드당은 역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팔레스타인과의 유혈 충돌로 긴장이 고조된 지난 28일 TV 연설에서도 신중한 대응을 촉구하면서도 "우리는 긴장 고조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요르단강 서안 병합을 주장하는 벤-그비르 장관 등 내각 내 골수 극우주의자들이 전면적으로 의지를 관철하는 것에 그럭저럭 제동을 걸어온 그가 연정 파트너들의 요구를 언제까지 억누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요르단강 서안의 중심도시 라말라에서 활동하는 정치분석가 하니 마스리는 과거에는 요르단강 서안 병합 등 극우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이스라엘 정치권 변방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각료들이 그런 주장에 앞장선다며 "이는 중대한 변화로, 우리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역시 공개·비공개 수단을 동원해 이런 극우 각료들의 도발적인 목표를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최근의 격앙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 비췄을 때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NYT는 예상했다.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EIP)의 애런 D.밀러 선임연구원은 "양측 모두에 유혈이 낭자하다"며 30∼31일 이뤄지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이 지역 방문에서 생산적인 외교 해법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팔레스타인의 내부 분열도 이스라엘과의 갈등을 푸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팔레스타인 일반 대중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것을 '배신' 내지는 '순응'으로 여기고 있어 팔레스타인 당국이 이스라엘과의 긴장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NYT는 이밖에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적대감과 저항 수위가 높아지는 것도 양측 관계의 폭발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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