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박사 "NPT 탈퇴시 한미관계 악화…美, 韓의 원전 수출 막을 것"
갈루치 "한미동맹 균열 갈 것…핵무장·전술핵 재배치 다 말 안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북한의 핵 위협을 내세워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면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산업 등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안보 상황이 오히려 더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가 경고했다.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30일(현지시간)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가 한국의 핵무장론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핵무기를 금방 만들 수는 있겠지만 핵무장은 큰 비용이 드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핵무기 개발의 산실인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장을 지낸 해커 박사는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실제 방문해 둘러본 몇 안 되는 전문가다.
그는 핵무장은 핵무기 한두 개로 될 일이 아니라 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무기급 핵연료, 핵실험을 통한 검증, 핵무기를 발사할 수단이 필요하다며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과학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한국의 어느 도(道)에서 자기 땅에서 지하핵실험을 하라고 자원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핵무기 확산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할 경우 한미관계가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등 191개국 가입한 NPT는 조약 발효 전인 1967년 이전에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핵무기 개발을 금지한다.
해커 박사는 "한국이 NPT에서 탈퇴하면 과연 누가 한국의 원전을 사겠는가"라며 핵무기 개발은 우수한 한국의 원전산업을 희생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북한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도 한국의 원전 기술은 미국이 사용을 허가한 미국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한국 원전의 수출을 막을 수 있으며 NPT 탈퇴 이후에는 한국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라늄을 다른 국가들이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기로 결정하면 미국은 거의 확실하게 한국과 군사동맹과 경제협력을 중단할 것"이라며 "한국의 놀라운 경제 기적을 쓸어버리고 한국이 전 세계에 구축한 소프트파워를 파괴하는 쓰나미를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커 박사는 또 한국이 지금까지는 북한과의 긴장 관계를 어떻게든 관리해왔지만, 한국마저 핵무장을 하면 북한과 작은 충돌도 핵전쟁으로 확산할 위험이 커지면서 안보 상황이 더 악화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성사시킨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도 해커 박사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한국의 핵무장이 "한미동맹에 균열이 가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효과적인 이유는 북한과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핵무기에 맞설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왜 한국이 이제 핵무기 개발을 시작해 북한이나 중국을 "따라잡기" 하려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의 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순항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B-52와 B-21 전략폭격기, 수천 개의 전략핵무기에 의지하는 게 낫다면서 "(한국의 핵무장은) 그걸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말이 안 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위험한 곳에 두고 한국을 표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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