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사용 가능한 반도체 뿐 아니라 드론 수입도 꾸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러시아가 지난해 서방의 제재에도 중국의 도움을 받아 반도체 수입을 30% 이상 늘리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핵심 물자를 조달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비정부기구(NGO) '자유러시아 재단'이 입수한 4천만 건 이상의 세관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9월 기간 중국이 러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돼 러시아 전체 수출의 19%, 수입의 36%를 차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러시아와 중국 간 무역 규모는 990억 달러(약 122조원)로 전년보다 270억 달러(약 33조원), 38% 증가했다.
이는 대다수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제한하면서 러시아가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 등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아울러 같은 기간 러시아의 전체 수입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6%로, 전년 21%보다 15%포인트 뛰어올랐다.
특히 서방의 제재로도 반도체·무인기(드론) 등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핵심적인 첨단기술 제품의 수입을 막지 못했는데, 이는 중국이 서방 제재로 줄어든 부분 이상을 보충해줬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반도체·항공기 등 첨단 산업제품 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작년 반도체 수입 금액은 24억5천만달러(약 3조원)로 전년(18억2천만달러·약 2조2천400억원)보다 34% 늘었다. 이는 중국이 러시아의 주요 반도체 공급처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독일·네덜란드와 같이 러시아에 첨단 제품을 공급하던 주요 국가들이 수출을 줄이면서 러시아의 중국산 첨단 제품 수입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3∼9월 중국의 대러시아 반도체 수출 금액은 5억 달러(약 6천200억원) 이상으로 전년(2억 달러, 2천462억원)의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러시아는 작년 9월 한 달 동안에만 중국 반도체 공급업체와 1만9천건 이상의 거래를 했는데, 이는 주로 튀르키예를 거쳐 러시아로 향했다.
심지어 러시아는 작년 1월 이후 중국 기업으로부터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반도체 24만417달러(약 3억원)어치를 63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러시아는 중국 외에도 튀르키예,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 반도체를 수입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도 작년에 드론을 계속 수입했다.
작년에 러시아의 중국산 드론 수입 규모는 총 328만120달러(약 40억3천만원)였고 홍콩에서는 161만7천813달러(약 20억원)어치를 수입했다.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학교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은 여러 종류의 저 기술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이를 구매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전했다.
러시아 세관 당국이 작년 4월부터 수출입 관련 자료 공개를 중단함에 따라 이 단체는 세관 기록을 근거로 러시아 무역 현황을 추정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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