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31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2년도 실적을 보면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은 43조3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5.99%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더욱 충격적이다. 영업이익은 4조3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95% 줄었고,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을 떠받치는 반도체 부문은 2천7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96.9% 급감했다. 이달 초 잠정실적 발표 후 증권가에선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예상치를 4천억∼8천억원대로 낮춰잡았다. 그런데도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에 그쳤고 올 1분기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의 상황도 심각하다. 스마트폰은 판매 둔화와 중저가 시장 수요 약세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하락했고, 생활가전 사업은 수익성 하락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발표는 단순한 어닝쇼크(예상보다 저조한 실적 발표)를 넘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경고음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삼성전자의 총체적 실적 부진이 지난해 글로벌 시장을 강타한 금리와 물가, 환율이 동시에 치솟는 3고(高) 탓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력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기술개발 속도가 투자환경과 맞물려 경쟁사에 미치지 못하는 등 구조적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삼성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사인 대만의 TSMC의 경우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2년여 전부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가 56.1%, 삼성전자가 15.5%였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밀리는 것은 기술력 면에서 TSMC에 뒤처지며 시장경쟁력이 떨어진 데서 기인한다. 기술 경쟁력 저하가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세계적 경기 침체를 맞아 실적 추락이라는 지표로 나타난 것이다. 삼성전자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것밖에는 대책이 없는 셈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치권의 대응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미국과 일본까지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범국가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여야는 지원책 마련에 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에 아직도 대선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쟁을 거듭하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연말 국회는 반도체 설비 투자 세액공제율을 올리는 문제를 두고 재벌 특혜와 부자감세 논란을 벌이다 8%로 겨우 2%포인트 올리는데 그쳤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경제의 버팀목이다. 반도체 경쟁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나라의 장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여야는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초당적인 첨단기술 지원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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