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 제4통신사 유치…정부 '자신감'에 이통3사 촉각

입력 2023-01-31 17:21  

'7전8기' 제4통신사 유치…정부 '자신감'에 이통3사 촉각
달라진 시장환경 발판으로 유치 총력전…업계 "기존사업자와 협의 필요"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오규진 기자 = '제대로 된' 5G 서비스의 필수 요건인 28㎓망 구축을 실현할 사업자로 기존 통신 3사 대신 '메기'를 선택한 정부는 "신규 사업자 유치 가능성이 굉장히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래창조과학부 시절부터 제4통신사 유치를 7차례 시도했다 실패했지만 10여 년간 달라진 통신 시장 환경에 '주파수 한시적 독점 허용' 등 파격 지원책까지 더한 만큼 이제 충분한 터전이 조성됐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통신업계는 "이동통신 시장이 레드오션이어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회의적 반응 속에서도 정부가 예상을 넘어선 '당근'을 제시한 부분에 주목하며 향후 시장 구도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 한시적 세제 혜택부터 주파수 독점까지 '종합지원 세트'
과기정통부는 31일 신규 사업자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진입 문턱을 낮추는 주파수 할당, 망 구축 지원, 단말 조달ㆍ유통 등 서비스 운영 지원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지원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기존 이동통신사로부터 회수한 5G 28㎓ 대역을 신규 사업자에게 최소 3년간 독점 제공하면서 경쟁자 없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시간을 벌어주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전국망 구축이 어렵다면 광역권 수준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
신규 사업자가 일단 전시장·공연장·경기장·인구 밀집 지역 등 100∼300개 핫스팟 구축에 집중해 초고속·저지연 통신 서비스 인프라를 마련하도록 하고, 전국망 사업은 기존의 알뜰폰 사업자처럼 기존 통신사에게 도매가로 통신망을 받아 시행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고안했다.
사업 형태가 매력적이어도 초기 투자 비용이 신규 진입에 최대 걸림돌인 것을 고려해 한시적 세제 혜택, 사업 숙성 후 망 구축 대가 지급, 기존 통신사 설비 활용, 통신사에 지불할 비용(상호접속료) 저감 등 가능한 지원책을 총동원했다.

◇ 달라진 환경 기대…기존망 활용 가능·삼성 등 제조사도 협조 의사
통신 당국은 2010년부터 7차례 제4 이동통신사 도입을 추진했다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르다고 본다. 지원책을 총동원하기도 했지만, 자급제 휴대전화와 알뜰폰 점유율 증가 등 통신 환경 자체도 변화했기 때문이다.
2012년 도입 당시 0%대에 불과했던 자급제 휴대전화 비율이 올해 24%까지 상승하면서 기존 이동통신사 요금제 플랜에 가입하지 않고 알뜰폰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즉, 신규 사업자가 전국에 통신망을 깔지 않아도 기존 사업자 망을 도매로 제공받아 알뜰폰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것이다.
5G 28㎓ 전국망 구축에 2∼3조 원 이상 기본 투자 비용이 요구되며 신규 사업자 유치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경험에서 이번에는 핫스팟 중심으로만 28㎓망을 구축하도록 하고 전국망은 알뜰폰 사업으로 한다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고안한 것이다.
정창림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핫스팟 중심의 28㎓ 망 구축 비용은 3천억 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을 통해 사업 비용으로 4천억 원가량 정책자금 융자를 지원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아울러 미국·일본 등에서 28㎓ 등 밀리미터파로 초고속·저지연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흐름이 확산하며 삼성전자[005930] 등 제조사가 28㎓ 지원 스마트폰 출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도 과기정통부는 28㎓ 신규 사업자 유치 성공의 긍정적 신호로 판단한다.

◇ 떨떠름한 이동통신업계 "들어와도 돈 벌 수 있을지는 의문"
기존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통신 서비스 시장이 정체된 '레드오션' 성격이 짙은 데다 과거보다는 낮아졌더라도 상당한 초기 투자 비용이 소요되는 점으로 미뤄 신규 사업자 진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과기부 입장에서는 누군가 나타나 구세주가 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래서 현 상황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를 제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가 현실화하고 정부 지원이 이뤄지려면 기존 기간통신사업자 등 시장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혜택 자체를 보면 재밌고 충분히 유의미하다"면서도 "진입 장벽을 낮춰도 결국에는 돈을 벌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모델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부 사업자들로부터 제4 통신 사업자 문의가 있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명단을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소비자 접점이 많은 사업이 기존 사업과 통신 서비스를 결합해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기업에서 관심을 두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독 입찰 또는 컨소시엄 구성 등 진입 방식에는 제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cs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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